설날 앞두고 회사에서 보낸 '가압류 딱지'
한국게이츠 노동자 19명
부당 해고 반발 농성하자
3억여원 손배 청구서 받아
기업들 ‘보복성 손배’ 여전
지난해에만 658억원 달해
대구 달서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에서 21년간 근무한 채붕석씨(46). 그를 비롯한 노동자 19명이 설연휴를 앞두고 받아든 것은 명절 선물이 아니라 부동산 가압류 딱지였다.
발단은 지난해 6월 회사가 돌연 폐업 절차를 밟으며 시작됐다. 연평균 60억원 흑자를 내던 기업이 폐업을 알리자 150여명의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해고 절차가 시작됐지만, 19명은 농성을 계속했다. 회사는 청산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이들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이를 인용 결정했다.
9일 한국게이츠 대구시민대책위에 따르면 회사가 청구한 금액은 채씨를 비롯한 6명 노조 집행부에 1억8000만원, 13명 조합원에게 1억7000만원 등 총 3억5000여만원이다. 법원의 가압류 결정으로 노동자들은 전세·임대 보증금 등을 가압류 당했다. 본인뿐 아니라 부인과 누나 명의의 부동산도 가압류 결정이 났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에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함에도 회사가 무리한 보복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손배·가압류 소송은 기업이나 정부가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써온 방법이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해 평택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 뒤, 경찰과 쌍용차로부터 각각 약 16억원과 100억원의 손배 소송을 당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표적 사례다.
2014년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시민사회계가 모여 ‘손잡고’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노동자를 향한 손배 소송이 여전하다. 지난해 말 손잡고 집계를 보면 노동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손배 소송은 총 58건이다. 손배액은 약 658억1223만원에 이른다.
대책위는 노사갈등을 조장하는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취득세와 재산세까지 면제받고 온갖 특혜를 받으며 이 땅에 발을 디딘 외국투기자본이 아무런 규제 없이 무분별한 만행을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게이츠의 본사는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국게이츠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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