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과급 200%, 절대 알리지 마라".. 쉬쉬하는 은행들

김효인 기자 2021. 2. 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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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요즘 은행원들을 만나면 “은행 성과급 얘기는 가급적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작년 실적이 좋아진 데 비해 성과급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성과급을 더 달라”며 불평을 터뜨리는 다른 대기업들과는 딴판입니다. 은행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은행은 그냥 뭘 해도 죄인”처럼 성과급을 공론화하지 말자는 의견이 넘칩니다. 왜 그럴까요?

금융업계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의 반사 이익을 본 대표적인 업권입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중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 지주사가 지난해에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은행 돈을 많이 빌리면서 은행권의 대출 이자 수입이 늘었고, 증시 호황으로 비은행 부문의 수수료 이익도 크게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익이 늘었지만 직원들에게 주는 성과급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앞서 4대 시중은행은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임단협이 타결돼 기본급의 180~200%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됐습니다. 대략 두 달 치 월급을 성과급으로 받는 셈입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업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연봉의 20~4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된 반도체 업계와 비교하면 회사 이익에 비해 성과급이 아주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조업계와 달리 은행업계 노조는 조용합니다. 한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지금도 정부가 이익공유제 대표 대상으로 은행을 찍은 상황인데 무슨 말을 하겠냐”고 했습니다.

사실 은행들의 이익은 대부분 이자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주로 ‘서민들의 돈으로 이자 놀음을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습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금융 지주사들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만 41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판 제조업계와 달리 은행의 이익은 ‘불로소득’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 은행원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늘었어도 이자율은 낮아졌기 때문에 금융지주 전체가 아닌 은행만 보면 순이익이 줄어들었다”며 “대출이 몰리면서 일선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성과급 잔치’라고 뭇매를 맞고도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게 정부 규제에 민감한 업계 숙명”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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