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가방·비닐 없앤 박스..소비자 마음 꿰뚫은 '친환경 배송'

고영득 기자 2021. 2. 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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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SSG닷컴, 새벽배송 시작하며 보랭가방 ‘알비백’ 업계 첫 도입
일회용품 2464만개 절감…고객들, 일상생활에서도 활용 가능
다른 업체도 ‘착한 배송’ 합류…가치 소비 지향 고객 잡기 나서

택배용 종이 박스에서 비닐 테이프가 사라지고 있다. 스티로폼 박스는 다용도 가방으로 대체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환경오염을 의식한 소비자들이 일회용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자 유통업계가 ‘친환경 배송’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기업 홍보는 물론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온라인쇼핑몰 쓱(SSG)닷컴은 새벽배송용 보랭가방 ‘알비백(I’ll be back)’을 사용함으로써 스티로폼 박스와 종이 포장재, 아이스팩 등 일회용품 약 2464만개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9일 밝혔다. 이를 무게로 따지면 1만6000여t, 일렬로 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6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약 5800㎞)에 달한다고 SSG닷컴은 전했다.

SSG닷컴은 2019년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다회용 가방 알비백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배송시간에 맞춰 알비백을 문밖에 두면 배송원이 제품만 넣어두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다음 주문 때까지 알비백을 편하게 쓸 수 있다. 알비백은 일회용 포장재로 가득한 온라인 배송 시장에 친환경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단순 배송 수단에 불과했던 알비백은 새벽배송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2019년 대비 하루 평균 새벽배송 주문건수가 7배, 매출은 10배 늘어났다.

접착 테이프 없이 조립해 쓸 수 있는 종이 박스(위 사진)와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를 쓴 박스. 11번가 제공

SSG닷컴의 ‘갖고 싶은 가방’으로 만드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알비백을 캠핑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새벽배송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칸막이가 있어 한쪽에는 아기 간식을, 다른 쪽엔 옷을 넣고 나갔다” “가방은 이렇게 접어 보관하면 된다” 등 사용 후기를 올리고 있다. 알비백을 반려동물 이동장으로 쓰기도 한다. 최근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화장품 브랜드 키엘과 함께 진행한 이벤트에서 사은품으로 내놓은 한정판 알비백은 조기에 마감됐다. SSG닷컴은 특정 브랜드와 협업할 때 다양한 크기로 알비백을 제작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과도한 일회용품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죄책감을 덜어주고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착한 배송’ 트렌드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다용도 운반 가방으로 ‘안녕, 또 보냉’이란 상표를 출원하고 일부 매장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SSG닷컴의 알비백처럼 새벽배송용 재사용 보랭가방을 브랜드화하려는 전략이다. ‘로켓프레시’를 운영하는 쿠팡은 ‘에코 프레시백’을 도입했다. 프레시백을 다음 주문 때 수거해가는 형태로 운영한다.

포장 박스도 환경과 친해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비닐 완충재와 비닐 파우치, 지퍼백도 종이 완충재와 종이봉투로 바꿨다. 박스 테이프도 종이 테이프로 교체했다. 11번가는 일부 상품에 한해 테이프 없이 조립해 쓸 수 있는 박스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비닐 완충재도 종이로 교체하고, 박스 겉면에는 ‘택배기사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를 넣기로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고객들이 상품을 수령하고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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