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형평성 고려해 규제보다 자율과 책임에 방점
[경향신문]
정부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의 큰 줄기를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정밀 방역’으로 잡았다. ‘규제와 감시’ 위주의 현행 체계를 시행하며 제기된 적정성·형평성 논란을 ‘자율과 참여’ 기조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역의 무게가 특정 집단에서 시민 다수로 옮겨가며 책임감 있는 방역수칙 준수를 어떻게 유도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등 특정 시설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규제 수위를 완화하고 시민 개개인의 책임 있는 동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거리 두기를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지원단장 “집합금지 최소화한 수칙으로 보완할 것”
방역 무게, 집단서 개인으로…지속 가능 체계 마련 과제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이날 발표에서 “가능한 한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방역수칙으로 보완하는 것이 계획”이라며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의 방향을 밝혔다. 전파 위험도(비말 발생 정도, 밀접·밀폐·밀집 정도 등)나 관리 가능성(마스크 착용 여부, 감염 시 추적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중점관리대상을 구분,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등 특정 업종에 가중된 방역 부담을 완화하되 시민 전체가 경제·사회적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는 1차 토론회 당시 전문가 제언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행 5단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는 대신 단계 조정 기준을 명확히 해 시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일주일 평균으로 감염재생산지수, 확진자 수, 검사 양성률 등을 따져 ‘하나라도 해당되면 단계를 올리고 모두 만족하면 단계를 내리는’ 원칙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기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규제는 기존보다 완화하되, 사적모임 금지 등은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단계에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으로, 3단계에서 사적모임 금지 인원을 3인 이상으로 정하는 등의 방안이다. 방역수칙의 중심을 개인 행위 규제로 옮겨간 데 따른 제안으로 보인다.
토론자들은 거리 두기 개편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피해업종의 손실보상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규제 중심의 방역에서 시민·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형태의 방역으로 가야 한다”며 “방역 패러다임 변화에 ‘손실보상’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피해를 보는 업종에 보상 체계가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거리 두기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업종 대표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K방역 성과를 폄훼하고 싶지 않지만 수명을 다했다”며 “일률적 업종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건규 전국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업종·업태별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커진 시민 개개인의 방역 책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사업장들이) 자발적 방역수칙을 잘 지키도록 사업자단체나 협회가 중심이 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고민도 ‘개인 방역 강화’에 따른 시민 피로감에 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 피로도를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가 체계 조정의 숙제”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전문가·관련업종 의견을 수렴해 설연휴 이후 거리 두기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현행 거리 두기 단계와 방역수칙 완화 여부를 13일 발표한다.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수도권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의 완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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