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월성 원전 수사 난관..청와대 등 윗선 캐기 쉽지 않을 듯

이보라 기자 2021. 2. 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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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의혹' 백운규 영장 기각

[경향신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대전 유성구 대전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직권남용 소명 부족해”
검찰, 보강수사로 재청구할 듯
백 “국정과제 적법하게 처리”

법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여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7)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은 일단 보강수사를 통해 백 전 장관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오후 약 6시간에 걸쳐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9일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 4일 백 전 장관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가 즉시 가동중단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와 경제성 평가에 개입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백 전 장관에 대한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은 검찰에 부담을 안겼다. 오 부장판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과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백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55·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등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백 전 장관이 청와대와 산업부 실무진을 잇는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백 전 장관 혐의가 추가 수사를 통해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청와대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다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진 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애초에 직권남용 혐의로는 구속되기 어렵다”며 “검찰이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긴 어려우나 더욱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지난해 말 신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했다. 지난해 말 직무배제된 윤 총장이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업무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한 수사지휘도 이 사건에 연루된 산업부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였다. 윤 총장은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 수사 중인 이두봉 대검지검장의 유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 측은 이날 통화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산업부 실무자와 청와대 실무자 간 협의 과정을 보고받지 않았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이 영장심사 등에서 직권남용 피해자를 ‘한수원과 한수원 관계자’로 특정한 데 대해 “경제성 평가의 권리는 한수원이 아닌 회계법인이 갖고 있으며, 조기폐쇄 결정은 한수원 이사회가 했다. 한수원이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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