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트랜스젠더, 모든 장소에서 혐오나 차별에 노출"
'지난 1년간 차별 경험' 65% 달해
[경향신문]
“귀하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선택지는 여성, 남성뿐이다. 1·3, 2·4로 시작하는 주민번호 뒷자리, 남성과 여성 인포그래픽으로 안내된 화장실 등은 성별이분법의 상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통해 트랜스젠더는 가정, 학교, 직장, 군대, 병원 등 모든 장소에서 혐오나 차별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가 차원의 첫 트랜스젠더 실태조사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 588명 중 384명으로 65.3%를 차지했다. 또 대다수 응답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97.1%)과 언론(87.3%), 드라마·예능 등 영상매체(76.1%)에서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584명 중 92%인 539명은 중·고등학교 시절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에서 268명(57.1%)은 성 정체성 때문에 구직을 포기했다. 법적 성별 정정을 한 응답자는 47명(8.0%)에 불과했다. 절대 다수는 의료 비용, 법적 절차, 건강 부담 등의 이유로 정정을 시도하지 못했다.
책임연구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해외에 비해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을 위한 법, 제도, 정책 등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차별이 어떤 특정 영역에 집중돼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책도 부분적인 정책이 아니라 포괄적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내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인 591명의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가 참여했다.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이 남성이고 성별 정체성이 여성인 ‘트랜스 여성’ 참여자는 189명(32.0%), 지정 성별이 여성이고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 ‘트랜스 남성’ 참여자는 111명(18.8%)이었다.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확고히 정체화하지 않는 ‘논바이너리(non-binary)’도 291명(49.2%)이 참여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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