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달릴수록 적자..'멈추는' 공공자전거
녹슬고 안장은 찢어지고 일부 지자체 '공공자전거'들입니다. 한때 지자체들이 시민의 발이라며 앞다퉈 도입했지만, 적자가 이어지면서 최근엔 민간 사업자에 넘기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몇 배나 비싸지는 이용료 때문에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산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페달로'입니다.
안산은 전국에서 공공자전거 이용건수가 서울과 창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곳이지만 올해로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신종원/경기 안산시 : 바퀴 같은 게 나간 것도 있고 체인이 풀린 것도 있고 이래서…]
자전거 거치대마다 자전거나 잠금 장치를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문들이 붙어 있습니다.
[박세박/경기 안산시 : 타고 가서 아무 데나 놔둬. 아무 데나 세워놓고 가버려. 막 눕혀놓고 막 놔버려.]
안산시의 공공자전거 이용횟수는 2015년 180만 건 이후 줄곧 줄어들다 지난해에 130만 건까지 떨어졌습니다.
[박지원/경기 안산시 : 정거장을 찾아서 빌리고 또 반납할 때도 정거장을 찾아서 해야 되는데 QR코드도 인식 잘 안 되고 브레이크도 안 될 때가 많아서 불편한 게 많았어요.]
전국에서 4번째로 공공자전거 이용횟수가 많은 경기 고양시는 어떨까.
경기도 고양시의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입니다.
요금이 3개월에 만 원이라니까 저렴한 편인데요.
다만 카드를 구입했다고하더라도 이곳에선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합니다.
비회원으로 휴대폰 대여를 하려고 하더라도 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링크가 비활성화돼 있어서 사용할 수가 없는데요.
기존 회원이 아니라면 사용하고 싶어도 빌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거치대마다 잠금 장치가 고장난 곳이 수두룩합니다.
자전거에 녹이 슬거나 안장이 찢어지고 타이어엔 바람이 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여옥/경기 고양시 : 안장이 갑자기 열릴 때가 있더라고요. (쾅 주저앉아버리는 거군요?) 네, 갑자기 높아졌다가 내려앉은 거죠. 그런데 이게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휴대폰 결제가 되는 곳으로 와서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지금 안장이라든지 이런 브레이크는 잘 작동하는 것 같은데요.
자전거 상태가 편차가 심하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저도 직접 타보면서 자전거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삐걱대는 자전거 소리가 거슬릴 정도입니다.
고양시는 지금까지 들여온 공공자전거 4800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00대를 폐기했습니다.
500대는 잃어버렸습니다.
잦은 분실과 유지비 때문에 해마다 적자는 10억 원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결국 5월부터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도입 11년만입니다.
없어지는 공공자전거를 민간 기업 KT의 공유자전거로 바꿀 예정인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한 시간에 1300원, 기존 500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공공자전거의 공백은 민간공유자전거가 빠르게 채우는 형국입니다.
Gps방식이라 거치소가 필요없고 앱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하는 전기자전거들인데요.
다만 가격은 기존의 공공자전거에 비해 대여섯 배는 비싼 편입니다.
1시간을 타면 서울 따릉이나 안산 페달로는 천 원인데 전기자전거는 6천 원까지 낼 수도 있습니다.
[정승민/경기 안산시 : 10분에 1500원에, 추가 요금 부가되는 건 많이 비싸다고 생각이 되죠. 페달로보다 많이 비싼 거 같아요.]
[이현아/서울 장안동 : 가격이 올라도 차라리 괜찮은 자전거를 타는 게 전 나은 거 같아요.]
공공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가 민간으로 넘어가는 데에 대한 시민 반응은 엇갈립니다.
[김경식/경기 군포시 : 시민의 돈으로 그런 기반시설을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일반 사업체가 들어와서 그걸 이용해서 수익을 얻는다는 건 뭔가 공평하지 않은 일인 거 같고요. 민간에서 하는 건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민찬규/경기 안산시 : 살짝만 밟아도 알아서 가니까 더 편하고 페달로는 위치가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고 카카오 이런 건 요즘 쉽게 보이는 편이라 더 자주 쓰는 것 같아요.]
서울시 따릉이도 지난해 하루평균 65000건, 최다 사용건수를 기록했지만 2017년 이후 매년 적자액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
달릴수록 오히려 적자라는 말도 생겼을 정도입니다.
서울시는 오히려 자전거 대수를 늘리고 자전거도 신형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예산 문제 때문에 공공 자전거를 포기하고 있지요.
주민들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지는 셈인데요.
재정 문제도 문제지만, 시민 편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입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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