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방역 이유로 다 참았는데.."우리가 이기적인가요?"
[뉴스데스크] ◀ 앵커 ▶
코로나 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어느 요양 병원의 환자 보호자들이 거리로 나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또 다른 전담 병원의 간호사들은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국가적 위기 앞에 그 책임을 똑같이 나누어지는 게 당연 하다면,
권리 또한 똑같이 나누어 달라는, 그래서 "우리가 이기적인 거냐"는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는데요,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를 강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구립 요양병원 앞.
환자의 보호자들이 강제 퇴원을 결사반대한다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서울시가 이곳을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하면서 오는 15일까지 병상을 비우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영옥/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아무 대책도 없고 의논도 없고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청천벽력같은 마음이었어요."
이곳에 입원 중인 환자 260여 명 대부분은 치매와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8, 90대 중증 질환자입니다.
[최00/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여기밖에 지금 받아주는데도 없고, 또 치료를 꼭 해야 되니깐요. 여기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병원이거든요. 저희로서는."
병원 측도 환경을 바꾸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합니다.
[장문주 원장/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단순히 퇴원이 아니라 이건 이사하는 것과 같은데, 모든 세간살이를 그대로 둔 채로 몸만 나가야 하는 환자분들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 (전담병원) 지정을 재고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는 상태입니다."
보호자들은 시청 앞 찬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노인 환자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코로나로) 요양병원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던 거로 알고 있어 그래서 정부에서 이렇게 지정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요양병원에서 감염) 발생하면 가실 곳이 없기 때문에.."
유리창 너머 면회조차 금지된 지 6개월.
이제 아픈 부모님을 내쫓는 것까지 감수해야 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윤00/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이런 국가적 위기상황에 병상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제가 병원에 누워있으면 양보할 수 있겠어요. 제 아들이 누워있어도 옮겨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부모님 병상을 빼라는 건 할 수가 없어요.."
청와대 앞에도 우리가 이기적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의 간호사들입니다.
이들은 지난주부터 파견 인력과의 임금 차별에 항의하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원은주/강원 속초의료원 간호사] "그동안 정부에서 그런 의료인을 위해 고생했다고 많은 정책들을 돌려줬지만, 저희가 느끼는 게 없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1년 동안 너무 고생을 했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 파견 간호사의 경우 위험수당과 숙식비 등 한 달에 9백만 원 넘게 받습니다.
전담병원의 기존 직원들이 받는 기본급보다 세 배가량 많습니다.
하는 일은 더 힘들어졌는데 자신보다 수 백만원씩 더 받는 파견직을 보면 사명감보다 박탈감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노은주/강원 원주의료원 간호조무사] "(파견 인력의) 임금과 비교되면서 기존 인력들이 누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퇴직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아니면 그런 파견일을 하고 오셨다가 다시 오거나.."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간호사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며 지원을 약속해왔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1월 4일)] "정말 우리 간호사들이 고생이 너무 많죠. 간호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좋은 정책과 노력을 하겠다고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명감으로 버티라고만 합니다.
[장용남/강원 삼척의료원 사무직원] "정부에서는 그냥 무조건 '병상만 열어라'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거기에 들어가는 인력 수요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까지는 생각 안 하고 (병상을) 열어놓으면 그냥 다 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빠듯한 교대시간을 쪼개 이들이 농성장을 찾게 된 이유입니다.
방역이라는 거대한 명분은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문주/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원장] "전담병원으로 지정 시 기존에 있던 우리 240명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 의사를 지금 밝힌 상태여서.. (차라리) 이 지원금을 기존 전담병원에 더 투자를 해서 제대로 된 전담병원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원은주/강원 속초의료원 간호사] "저희가 진짜 바라는 건요, 돈은 2차적인 거고 정말 어떤 (인력 배정과 지원에)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방법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킬 권리,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대한 권리.
코로나를 앞세워 너무 당연한 것들이 너무 많은 예외가 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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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림 기자 (all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3515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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