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 있었나.. 우한서 코로나 증거 찾았다던 WHO, 3일만에 번복

이벌찬 기자 2021. 2. 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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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의 피터 벤 엠바렉 박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우한(武漢)에 전문가팀을 파견해 코로나 기원에 대해 조사했지만, 우한이 발원지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WHO 전문가팀은 불과 3일 전만 해도 “(코로나 최초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 수산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WHO 전문가팀을 이끄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이날 우한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사태가 (코로나 환자가 최초 발생한 시점으로 보고된)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에서 시작되었는지 혹은 다른 지역에서 시작되었는지 규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가 발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발원지로 지목한 곳이다.

엠바렉 박사는 또 콜드체인(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냉동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에게 전파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수입 냉동식품을 통해 중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조사의 중국 측 대표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 량완녠 칭화대학 교수는 회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발견되기 전에 다른 지역에서 먼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 조사단은 지난달 14일 우한에 도착해 2주간 격리를 마치고 29일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초기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 두 곳과 화난 수산물도매시장, 바이샤저우 농산물시장, 우한질병통제예방센터(CDC), 동물유행방지통제센터,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사단은 지난 6일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중국 당국과 함께 자료를 검토했다.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이끄는 WHO 전문가팀은 며칠 전만 해도 우한 수산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팀의 일원인 피터 다스작은 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발원과 인수(人獸) 교차감염에 대해 “몇 가지 진짜 단서를 발견했다”면서 2019년 12월 코로나 최초 발원지로 지목됐던 화난수산물시장에 대한 조사가 가장 유의미했다고 강조했다. 다스작은 “우리는 수산물시장 내에서 환경 샘플 채취 작업을 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된 장소를 확인했다”면서 “10일 WHO 전문가팀이 중국을 떠나기 전 주요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이 조사단에 압박을 가해 조사 결과에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사는 중국 당국의 통제하에 진행됐고 조사단이 가는 곳마다 삼엄한 경비가 뒤따랐다. 이 때문에 WHO 조사단이 우한에 도착했을 때부터 기원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사팀 일원인 도미닉 드와이어는 “코로나의 기원을 완전히 파악하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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