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WHO 전문가팀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증거 못찾아"..한달 조사 사실상 '빈손'?
WHO와 중국의 공동 전문가팀이 2월 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한달 가량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중국 우한을 지목해온 만큼 우한에 대한 WHO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AP, AFP 등 주요 외신은 물론 웨이보 등 중국 매체들도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당초 한국 시간 오후 4시 반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기자회견 시작 시간은 오후 5시 반, 6시로 계속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WHO-중국 공동 전문가팀은 기자회견에서 2019년 12월 우한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이전 시점
에서 상당한 규모의 코로나19 확산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증거는 못찾았다는 것입니다.
WHO 전문가팀의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코로나19 사태가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 또는 다른 지역에서 시작됐는지 확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화난 수산물 시장도 감염의 중심지가 아니었고 이미 시장 밖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 전문가팀은 코로나19 감염증 유행 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이러스는 어떻게 출현했고 인간에게 어떻게 전이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잠정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측 전문가인 량완녠 칭화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견되기 전에 다른 지역에서 먼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량교수는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당한 규모로 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서 비롯됐는지 아직 밝히지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쥐와 천산갑 이외의 다른 동물이 숙주가 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량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동물학을 비롯해 각 분야 10여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WHO 국제 전문가팀은 중국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한달 가량 중국 우한 일대를 조사했습니다.
바이러스 유출지로 지목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찾아 유출 논란의 중심, 스정리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인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한 중심부의 화난 신선 농산물 시장도 방문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우한 지역 병원, 30일 우한의 호흡기 전문 진인탄 병원, 2월 1일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 2일 동물질병센터 등도 방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언론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해 투명성 논란도 일었습니다.
9일 기자회견에 앞서 이번 WHO 전문가팀에 참가한 동물학자 피터 다스작이 지난 7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몇가지 진짜 단서를 밝혀냈다"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화난 신선 농산물 시장을 조사한 뒤 "시장은 문을 닫았지만 사람들이 급하게 떠나며 장비나 도구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서 "이것들을 연구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발원을 어느정도 밝히는 의미있는 발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9일 기자회견 결과는 이같은 기대를 무색하게 합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후베이성 우한 기원설을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나아가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해 다른 국가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질병통제센터 역시 2019년 12월 일부 헌혈자 혈액 샘플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이어 "이는 당시 미국에서 이미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의미"라며 "미국 역시 중국과 같이 WHO 전문가팀을 초청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WHO 조사에 대해 '혹시나' 하고 코로나19 발원의 진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역시나'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비롯해 WHO가 중국에 경도된 입장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2월 7일은 코로나19 창궐을 처음 경고했던 우한의 안과 의사 리원량 박사의 사망 1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중국의 SNS 웨이보 등에서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다 코로나19로 숨진 리 박사의 용기를 추모하는 물결이 일었습니다. 그 사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600만 명, 사망자는 2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의 진실을 밝히고 팬데믹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WHO의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WHO조사팀 “코로나19, 우한에서 발원한 증거 못 찾아”
- [단독]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중학생 숨져
- [사사건건] 황희 후보자 “생활비 월 60만원 아닌, 월 3백만원”
- [특파원 리포트] 책상 내리쳤던 日 스가…NHK 간판 앵커 ‘또’ 내리나
- “신생아 구토에 신장질환까지”…국민욕조의 배신에 3천 명 소송
- 10억 아파트 복비 900만원→550만원…중개수수료 낮춘다
-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 총파업 예고…“하이패스 차로만 이용 가능”
- 암 걸린 직원 사직서 뺏으려고 폭행…조사 착수
- [단독]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베이비박스에 천만 원 기부
- “가짜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싸다”는 타미힐피거 옷, 정말 가짜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