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모의체험해보니.."입장부터 완료까지 12분"
[경향신문]
“응급실에 아나필락시스 (환자 이송) 연락해주세요!”
중앙예방접종센터 의료진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백신 접종 후 급작스러운 마비 증상으로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산소 호흡기를 씌우고, 혈압을 높이는 응급약인 ‘에피펜’을 투여했다. 이후 5분도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3분 만에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했다. 의료진들은 한숨을 돌렸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합동 모의 접종 훈련을 시행했다. 이날 훈련은 2월 중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한 도입이 예정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가정해 진행됐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80도 사이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며 해동 및 희석 후 6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 등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 따로 마련된 접종 센터에서 접종해야 한다. 이날 훈련은 특히 하나의 접종센터 당 하루 최소 접종량인 600명 분에 맞춰 30분간 50명을 접종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훈련이 시작된 오후 2시, 접종 대상자들이 접종 센터에 줄지어 입장했다. 이날 2번째 접종자로 접종센터를 방문한 의료기관 직원 김모씨(28)는 입구에서 신원 확인을 한 뒤 ‘등록동’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접수 과정을 마친 김씨는 곧바로 ‘접종동’으로 향했다.
접종동에 입장한 김씨는 대기실에서 번호표를 뽑고 바로 접종실로 이동했다. 접종동은 대기실과 접종실, 관찰실·집중관찰실, 응급처치실 등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접종실에서는 동선의 효율성을 위해 의사 예진과 백신 분주(전용 약병에 담긴 백신을 주사기에 나눠 담는 것)과정이 함께 진행된다. 이전 대기자가 없어 바로 접종실로 입장한 김씨는 입구 근처에 설치된 4개의 예진 부스 중 한 곳에서 진찰을 받았다.
사전 작성한 문진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예진도 1분여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예진을 마친 김씨는 곧바로 옆에 있는 접종 부스로 이동해 모의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까지 마치고 난 시각은 오후 2시12분. 접종 센터 입장부터 접종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분이었다.
접종을 마친 김씨는 복도 건너편 관찰실로 이동해 15분~30분가량 이상 반응을 관찰했다. 관찰실의 모니터에는 대기석을 표시해놓은 정보가 띄워져 있고 각 대기석에 어느 번호의 사람이 현재까지 몇 분간 앉아 있는지가 표시됐다. 이후 15분이 지나면 ‘관찰 중’이라고 쓰인 문구가 ‘관찰 종료’로 바뀌었다. 김씨는 관찰 과정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이날 훈련에서는 화이자 백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증 알러지 쇼크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대응 연습도 포함됐다. 오후 2시36분쯤, 관찰실에 앉아 있던 33번 접종자가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해 휠체어를 통해 응급처치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의료진들은 환자의 증세를 경·중증으로 구분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할지, 집중관찰실에서 수 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할지 결정한다.
이날 훈련에서 총 51명의 모의 접종자가 접종을 마치기까지 총 50여 분이 걸렸다. 30분이라는 목표에는 다소 벗어난 결과다. 센터 관계자는 “접종자의 도착 시각이 늦어지는 경우 접종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각 단계별로 동선이 겹치거나, 접수부터 접종까지는 진행 속도가 다소 빨라 접종 대상자들이 안내 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수 없었던 것도 보완할 점으로 지적됐다. 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은 “(접종자간 동선이 겹치치 않도록)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동선을 배치하고, 접종 후 관찰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공간 확보를 중요하게 고려해 센터를 디자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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