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없는 영업규제 바꿔야"..거리두기 개편 한목소리
"업종규제보다 밀집도 낮추고 개인방역 강화"
전문가 "손실보상 법적 체계 미비 안타까워"
"규제 중심→참여형 방역으로 가야 지속가능"
정부 "모임금지 등 방역부담 분담 방식 개편"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두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형평성 부족과 사회적 낙인, 소급 없는 손실보상 등을 문제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종교시설 등에서 발생하는데 규제는 자영업자들 몫이었다며 일률적인 영업 규제보다 밀집도를 낮추거나 마스크 착용 등 이용자들의 방역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염병 전문가 등도 의료체계 역량 부족 등으로 장기화된 거리 두기에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 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3차 대유행 과정에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가 지난해 12월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69일간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영업 제한 업종을 중심으로 형평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지자 정부가 거리 두기 체계 개편에 앞서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자영업자들이 분노하는 원인 중 하나는 실질적인 손실 보상도 있지만 형평성에 어긋나는 방역수칙, 사회적 낙인 찍기 때문"이라며 "확진자는 지방 종교시설, 요양병원에서 늘어나고 있는데 규제는 수도권 자영업자가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 전까지 정부가 사용됐던 '고위험시설' 명칭(이후 중점·일반관리시설로 변경)이나 확진자 방문 이후 긴급재난문자 등을 통한 상호명 공개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를 두고선 '사회적 낙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고위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직장·학교·기업·병원에서 이 자영업 시설들 이용하지 말라고 문자와 공문이 발송되고 있다"며 "현대판 주홍글씨이고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코로나19 효율적 관리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 제안'을 발표했다.
현행 5단계 체계는 생활방역(0단계), 1단계, 2단계, 3단계 등 크게 3단계로 재편하고 상·하향 기준에 확진자 수와 감염재생산지수, 검사 양성률, 임시선별검사 양성률 등을 포함했다.
기존 거리 두기와 차별화되는 요소로는 단계별로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대신 유행 확산 위험이 높아 대응이 필요한 2단계부터 자정, 오후 9시 등으로 영업시간만 제한한다는 점이다. 특히 생활방역 수준에서도 20명 미만으로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10인, 5인, 3인 등으로 강화해 나가는 점이 눈에 띈다. 결혼식 등 행사 인원은 500명, 100명, 50명, 10명 등으로 현행 체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 대표들은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 등 기존 거리 두기 체계를 비판하며 개인별 행위 제한을 병행하거나 시설의 경우도 일률적인 규제가 아닌 인원 제한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요청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문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표들은 형평성 논란, 사회적 낙인, 손실 보상 등을 꼽고 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일률적인 업종 규제 대신 밀집도를 낮춰 감염을 낮추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자영업자도 업종·장소보다 행위자 중심으로 방역수칙이 바뀌길 바라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유건규 전국상인연합회 사무총장도 "집합금지 등을 해서 효과가 있다고 보지 않고 획기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은 5인 이하로 제한했던 것"이라며 "집합금지로 제한하면 방역이 될 것처럼 추진하는데 모든 소비자와 국민들이 스스로 같이 방역을 해주지 않으면 (확산세가) 잡힐 수 없다"고 말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같은 모임 인원 제한에 대해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리 두기 단계 조정시 정부가 감염병 전문가 외에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장은 "거리 두기 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국민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감염병 전문가 등도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 보상 논의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권리가 제한되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영업 손해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서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경제·사회 전문가들이 많이 강조했는데도 그간 국가 재정, 법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분이 안타깝다"며 "3차 유행 때문에 2.5단계 거리 두기가 12주 넘게 유지되니까 이제서야 손실보상법이 논의되거나 상병수당, 전국민 고용보험 등이 나오는 게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사회 구성원 일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 체계는 지속할 수 없다는 데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전체적인 환자나 사망자 규모에 비해 우리의 방역조치 강도는 왜 이렇게 셌어야 했나"라며 "의료대응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소는 "올 한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방역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방식으로 더 갈 수 있겠느냐"면서 "방역의 패러다임이 지금까지는 당국이 원칙을 정하고 규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규제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형태의 방역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거리 두기 체계 개편에 나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직접 규제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같이 국민이 함께 방역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할 전망이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운영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자율과 책임에 근거해 정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만들겠다"며 "다중이용시설 외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모임 인원 제한 등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감염 위험도를 낮추는, 방역의 부담을 국민들과 함께 나눠가지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3차 유행 경험 평가하며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이 직접적인 운영 규제는 최소화하며 개인에 대한 방역 관리를 강화하자는 의견"이라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효과를 확인하며 개인에 대한 규제 효과성은 입증됐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 규제를 감소시키자는 의견에 정부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로 국민 피로도를 어떻게 함께 완화시킬 것이냐 하는 부분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라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운영 규제를 약화시켰을 때 일정 부분 위험도도 당국 입장에선 고민"이라고 말했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 설 연휴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를 중수본, 방대본이 숙고해 개편해 나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전문가분들을 비롯해 생활방역위원회, 당사자격 목소리 내고 있는 여러 자영업 단체 의견 수렴하면서 안을 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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