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캄보디아 FTA로 윈윈.. ICT 등 노하우 전수받고 싶어" ['창간 32' - 亞太 주요국 대사에 듣는다 ]
한국은 車·우린 농산물 수출 늘게 돼
캄보디아, 매년 7~8%대 성장률 보여
2030년까지 상위중소득국 달성 목표
5월 한국 P4G서 양국 정상 만남 기대
10개국 모인 아세안, 단합 유지 잘 돼
G2 등 강대국 틈서 유연한 대처 필요
한국 땅 밟은 노동자만 5만여명 달해
이주여성 인권 등에도 관심 가져달라
롱 디망쉐 주한캄보디아대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주한캄보디아대사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해 11월 적합성 조사에 들어간 한·캄보디아 FTA는 지난 3일 최종 타결됐다. 한국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타결한 FTA다.
디망쉐 대사는 FTA 체결로 한국은 캄보디아의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갖게 되고, 캄보디아는 한국에 농산물 수출을 늘리게 되겠지만 가장 원하는 것은 ‘기술’이라고 했다. 앞선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캄보디아의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길 바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매년 약 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캄보디아의 올해 목표는 이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디망쉐 대사는 “캄보디아는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며 “2030년까지 상위중소득국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협력은 그 디딤돌이다.
캄보디아는 1999년 아세안에 가입해 10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늦게 회원국이 됐다. 디망쉐 대사는 캄보디아가 아세안 회원국이 됨으로써 “정치적 독립을 얻었고, 주변국들과 경제적 관계를 확장했으며, 정체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강대국들의 ‘코끼리 싸움장’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살고 있다. 5만여명의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과 10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이 그들이다. 디망쉐 대사는 “이들은 한국과 캄보디아의 다리”라며 한국 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디망쉐 대사와의 일문일답.
―FTA 체결 후 한국과 캄보디아 관계도 더 발전할 것 같다.
“아세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에 감사한다. FTA는 이 같은 분위기 속 양국 관계의 큰 성과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은 양국 관계 발전의 이정표였고 깊은 정치적 신뢰와 실질적 협력의 증거가 됐다. 올해 5월 30, 31일 한국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가 대면으로 개최되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참석할 것이다. 이어서 6월1일 프놈펜에서 아셈(ASEM·아시아유럽회의)이 열리는데, 문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기대한다. FTA 협상이 체결된 뒤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이 시기에 만들어질 것이다.”
―한·캄보디아 FTA 체결 이후 전망은.
“지난 20년간 캄보디아 경제는 중요한 전환기를 겪었다. 2015년에 하위중소득국가가 됐고, 2030년까지는 상위중소득국가가 되는 게 목표다. 2000∼2010년 매년 경제성장률이 8%가 넘었고 2011년부터 코로나19 전까지 7%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경제다. 현재까지는 관광, 섬유, 건설, 농업, 부동산 분야가 이를 이끌어왔다.”
―캄보디아는 1999년 아세안에 마지막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회원국이 되어 무엇을 얻었나.
“아세안에는 10개 나라가 모인 만큼 각자의 국가적 이익에 따라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세안에도 국경 분쟁 등 여러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동남아시아 우호협력조약에 의해 단합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세안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 종교도 다르고 체제도 다르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은 아세안과 그 안의 나라들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아세안의 단합을 해치지는 않을까.
“우리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캄보디아 속담에 코끼리가 싸우면 작은 동물이 다친다는 말이 있다. 캄보디아는 작은 나라지만, 캄보디아와 아세안은 이 지역을 ‘코끼리 싸움장’이 되도록 하지 않는다. 각 나라의 외교정책에 달린 일이겠지만, 적어도 전체로서의 아세안은 유연할 필요가 있다.”
―그럼 캄보디아의 방향은 어떤가.
“2006년 11월 두 나라가 외국인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래 5만4300명 이상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대부분 농업, 건설업,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고, 월 130만원에서 19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캄보디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이주노동자들은 전체의 10∼15% 정도 된다. 한국에는 1000여명의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들도 살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그들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법적 보호를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이들을 돕는다. 다만 불법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로부터 폭력에 노출되거나 임금 체불 등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경우 대개는 잘 적응하며 지내지만, 한국인 가족에게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부의 여성들을 보면 안타깝다. 한국에는 여성인권 관련 법률이 잘 정비돼 있지만,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캄보디아 정부는 결혼 이주 전 한국인 남편의 신상과 범죄 기록 등을 검토하고, 이주 전후 여성뿐 아니라 이들의 한국인 남편들의 다문화 이해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1000여명의 캄보디아 여성이 한국에 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겠나. 캄보디아 대사관은 한국 내 이주민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캄보디아인들의 자녀들에 캄보디아어 교육도 하고 있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로서 어려움을 겪는 이주자들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코로나19 전에는 주말마다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을 만나러 한국 곳곳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주중엔 대사 직무로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주말에 다녔다(웃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 한국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들을 돕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엔 임금 삭감, 출입국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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