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정진석 등 특정단체 대변 우려.. "겸직금지 의무화해야"

이현미 2021. 2. 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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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부적절 겸직' 실태
대부분 출신 지역·지역구서 활동
자문위 권고 받고서야 뒤늦게 사직
이해충돌법안 시간 지나면 뭉개기
단순 권고 아닌 법으로 제한해야
"국회의원의 겸직은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위험이 있어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의원의 의정활동이 사적 또는 특정집단 이익추구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2013년부터 공익성과 관계없는 기관에서 직위를 유지한 의원들에게 겸직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자문위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책을 유지했다. 자문위 권고는 국회법에 근거한 활동이지만 강제성 없는 선언에 불과해서다. 이렇다 보니 여야가 때마다 우후죽순 내놓은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도 관련 상임위원회에 방치된 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윤리심사자문위의 겸직 심사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도 출신 직역과 지역구에 기반한 각종 단체 등에서 겸직활동을 했다.

자문위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당선자들로부터 겸직 신고를 받은 뒤 위원 회의를 거쳐 최근 내부적으로 결과를 냈다. 코로나19로 심사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그 사이 일부 의원은 외부직을 사임했다. 이를 반영한 최종 결과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초선의원의 경우 당선 초기 그간 활동한 분야에 직책을 갖고 있다가 상당수가 추후 외부 직책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선 의원들은 의원 신분으로 겸직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3선)은 지난해 아시아기자협회 이사를 지내며 부적절한 겸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당 박범계 법무부 장관(3선)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를, 백혜련 의원(재선)은 수원 경실련 자문위원, 박정(재선)·김한정(재선) 의원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 인재근 의원(3선)은 김근태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사직 권고를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진석 의원(5선)이 호월송암재단 이사, 정운천 의원(재선)은 남성장학재단 이사장을 겸직해 부적절한 겸직 판정이 내려졌다.

일부 의원은 소속 상임위원회 등 의정활동 분야와 직접 맞물린 단체에 직을 두고 있어 이해충돌 문제도 거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당선 당시 한국여자의사회 이사로 활동했고,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북한인권단체 나우 이사를 지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도 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해냄복지회 이사장을,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사단법인 미래교육희망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유 의원은 현재 상임위를 총괄 지휘하는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 의원 측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모두 “현재 사직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서 의원 측은 “지난해 11월 자문위의 1차 사직 권고 통보를 받고는 사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임 여부와 관계 없이 특정 직역 출신 의원이 해당 상임위에 배정된 것 자체가 이해충돌 여지가 높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본인 또는 사적 관계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행동을 말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원구성 단계부터 특정 상임위 소관사항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 당선인이 해당 상임위에 선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는 모두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가 의정활동에 반영될 여지를 차단하겠다며 지난해 우후죽순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성난 민심이 잠잠해지면 처리를 미루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 안건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관련법 처리는커녕 의원들이 자문위의 겸직금지 권고조차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의원들이 영향력 행사나 낙선 시 퇴로를 고려해 외부 직책을 가지려 하는데 이는 헌법과도 배치된다. 국회법의 겸직 조항을 더 엄격하게 고치고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행위 등을 국회법이나 시행령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법안 처리가 안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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