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이재용 없는 삼성..중국의 그림자 드리운다"
중국으로 기술유출 문제 지적..총수부재 리더십 우려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전환점에 서 있다."
일본의 유력 언론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8일부터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조망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며 선보인 첫 문장이다.
이는 1970~1980년대 일본 기업들을 빠르게 따라잡아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보도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최근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는 중국으로의 불법 기술유출과 거센 추격에 쫓기며 소위 말하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삼성의 암투(サムスンの暗闘)'라는 제목의 심층보도 특집기사를 내보내며 삼성전자를 집중 조망하고 있다. 이날까지 2편이 공개했으며 3편은 추후 보도될 예정이다.
지난 8일 보도된 1편에서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불법 기술유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문은 최근 국내에서도 산업기술 유출 문제로 질타를 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의 재판 내용을 소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전직 수석연구원이 장비업체와 짜고 중국으로 기술유출을 시도하려다 적발돼 지난 5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한때 일본 기업에서 기술을 습득한 삼성이 기술을 빼앗긴 상황에 놓였다"면서도 "삼성도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세계에 30만명에 육박하는 임직원을 둔 삼성전자가 직원 개개인의 행동을 모두 관리할 수가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삼성은 1990년대 2박3일간 100만엔의 보수를 주며 일본 엔지니어를 데려와 삼성이 일부 생산공정 수율 향상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다"면서 "이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디스플레이, TV, 스마트폰에서 세계 선두로 도약했고 토요타 시가초액의 2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1편이 삼성전자가 직면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분석한 것이라면, 9일 보도된 2편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따른 총수 부재 사태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신문은 지난달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그려낸 뒤 "한국의 재판은 법을 뛰어넘는 국민정서법이란 보이지 않는 최고규범이 있다고 여겨지기에 판사조차도 사회의 '공기'를 읽는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영어(囹圉)의 몸'이 되는 것은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날로부터 무려 1078일만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에 리더십 공백이 생긴 가운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의 삼성과 대만 TSMC 간의 경쟁을 두고 "TSMC가 '떡은 떡가게에서'라면서 공급업체들과 상생을 내세워 삼성을 능가하는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2019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영향을 미친 일본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상황에서도 여러 반발과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신문은 "삼성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산화·내재화에 충실하면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장비나 소재 공급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며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의 국산화 촉진 압력도 거스를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서 "고 이건희 회장은 일찍이 '한국은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해외 출장지에서 언급해 당시 정권의 비위를 건드린 적이 있다"며 "삼성은 지금도 막강한 권력기구인 청와대와의 거리감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니혼게이자신문은 "(삼성이)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오히려 현 정권하에서 재벌 개혁의 파도는 거세져 총수 수감까지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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