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화장실에 방치한 특수교사, 벌금 400만원형 그친 이유

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2021. 2. 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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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9일 A교사에게 벌금 400만원 선고
재판부 "피해자, 스스로 보호할 능력 없어..교사 비난 가능성 커"
다른 학대 혐의는 인정 안돼.."반복적 학대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 없어"
스마트이미지 제공
뇌병변장애 학생이 계속 소리치며 운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40여분 동안 가두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세재활학교 교사가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교사의 정서적 학대를 인정하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반복적인 학대임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 화장실에 40여분 방치한 특수교사, 1심 벌금 400만원 선고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김호춘 판사)은 9일 장애인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A교사의 선고 공판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교사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교실에서 B양이 소리치며 울어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잘되지 않자 화가 나 B양을 교실 뒤편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가 화장실 벽을 보게 하고 40여분 동안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7일 A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B양은 중증 장애인으로, 스스로 몸을 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다. A씨는 그런 B양을 화장실에 두고 "계속 그러면 여기 앉아서 다음 시간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벽 보고 있어. 오전 내내. 3교시까지 3시간 내내 벽 보고 있어. 벌이야", "앞으로 선생님 시간에 울고 이러면 너는 선생님 시간에 계속 벽 보고 있을거야, 혼자서. 니 옆에는 아무도 안 보내. 침을 흘리든 뭘 하든 마음대로 해. 화장실도 안 갈 거야. 오줌을 싸든 말든 니 마음대로 해"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가만히 안 둬. 선생님 농담하는 거 못할 것 같지? 너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되게 많아"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록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고, A교사는 혐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서적 학대 행위, 피해자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부당한 학대 행위에 대해 스스로 보호할 대처 능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교사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 피해학생 측 "추가 학대 있었다"…法 "단발성 범행"

재판부는 "피해자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의식 없이 단발성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며 A교사의 학대 행위가 단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A교사가 초범인 점, 교사로서 계속·반복적으로 학대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는 점, 범행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이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됐다.

앞서 피해 학생 측은 이 사건 이외에도 A교사가 과거에 자신을 원형 통에 가두고 화장실 안에 방치하는 등 추가적인 학대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교실 내 CC(폐쇄회로)TV가 없고 B양의 피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학교 관계자의 증언 등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B양에 대한 경찰의 소환조사도 속도를 내지 않았다. AAC(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조사를 통해 진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경찰청에 의견을 낸 끝에야 B양은 2019년 6월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AAC를 통한 B양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경찰은 수사 의견서에서 "가해자·피해 장소·피해 부위·폭행 방법 등에 대한 반복 질문에 일관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추상적이나마 혐의사실을 구성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을 범죄사실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하고 추가 학대 혐의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 '장애인 진술권 보장' 물음표…"의사표현 폭넓게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B양처럼 구어 발화가 어려운 장애인 등의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B양의 경찰 조사에 동석했던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센터 김경양 센터장은 "당시 B양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기존에 쓰던 기기가 아닌 다른 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진술을 받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맞게 답한 경우 AAC 교육자를 쳐다보는 등의 약속된 커뮤니케이션(소통)이 있다고 밝혔으나, 조서에 이 같은 부분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말로 진술해야만 증거로 채택돼, 구어를 할 수 없는 이들은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한다"며 "비장애인과 같은 구어를 발화하지 못한다고 해도 장애인들은 발성, 몸짓, 눈빛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고 짚었다. 박지은 기획홍보팀장은 "(수사기관, 사법부 등에서) 장애 유형별 의사소통 방법, 특성 등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A교사는 학교에서 기존에 맡았던 교육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재활학교 측은 선고 처분이 난 뒤 학교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사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대표는 "정서적 학대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신체적 학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수학교도 인권감수성의 수준을 더 높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재판이 끝난 뒤 "장애인들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다른 혐의들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된 것이 큰 문제라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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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thewhit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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