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힘 실어줬는데..홍남기 거취 여전히 수면위?
당·청, 선별·보편 병행 의지 여전..어떠한 결과도 홍 부총리 거취에 영향줄 듯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한재준 기자 =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선별 지급하는 방식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여당의 전국민 지급 방침에 반기를 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홍남기 경질론'을 주장하는 여당의 공세가 여전하고, 최근 홍 부총리의 체면을 살리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오히려 위로 정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와 교체론도 솔솔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선별·보편 동시 지급을 여당이 관철하면 홍 부총리로선 더는 설 곳이 없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수 있다.
9일 여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이날 오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한 실무 협의회를 열고 지원금 지급 대상과 방식, 재원 마련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다. 당에서는 홍익표 정책위 의장이, 정부·청와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선별·보편 지원을 병행한 재난지원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재정당국은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주장하고 있어 당정 간 입장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선별·보편 지원을 병행한 재난지원금을 주장하자마자 홍 부총리가 보편 지원은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홍 부총리는 그날 이 대표의 연설 5시간여 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반대 의사를 전했다.
당내에선 곧장 홍남기 사퇴론이 분출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회의에서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이고,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의 보편+선별 동시 지급에 대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용 '돈풀기'라는 비판과 국가 재무안전성을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여당 내에서도 4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려면 기재부의 협조가 필수인 만큼 홍 부총리를 둘러싼 사퇴론은 잠시 수그러드는 듯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 감당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는 언급이 나온 후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힘을 실어줬다기보다는 '위로'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는 여전히 수면 위에 있다는 시각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말씀과 당에서 밝혀왔던 여러 입장은 완전히 일치하는 견해다"라며 선별·보편 지원을 병행한 4차 재난지원금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당이 지금 당장 선별·보편 동시 추진이 안 되더라도 상반기에는 선별, 하반기에 보편 지급을 계획 중이고, 이낙연 당 대표도 "3월을 넘기지 않고 도와드렸으면 좋겠다"며 선별과 보편 지원을 한꺼번에 논의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으면서 당정 협의 결과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정·청은 실무협의에서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설 연휴 전후로 윤곽이 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3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한 선(先) 맞춤형 지원 이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결론이 나올 경우 홍 부총리의 설 자리는 잃게 된다. 홍 부총리의 뜻대로 전국민 보편 지급이 무산되더라도 홍 부총리의 거취는 정치적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 과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가파른 인상 불가의 뜻을 관철했지만 결국 얼마 안돼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학계 한 인사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결과가 여당의 뜻대로 되든, 홍 부총리의 뜻대로 되든 그의 거취 문제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라며 "스스로 물러나든, 청와대가 교체 카드를 꺼내든 둘 중 하나의 결론으로 매듭지어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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