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백신접종, 당신이 지금 궁금한 것들
[경향신문]
질병관리청은 9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접종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엔 또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한 모의 접종 훈련도 진행됐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백신들이 언제, 얼마만큼 들어오는 걸까요?
현재 정부가 밝힌 백신 선구매 계약 물량은 5600만명분으로 국내 전체 인구 100% 수준입니다. 또 예비 물량으로 추가 2000만명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완료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등 4종이고, 추가 구매 계약을 진행 중인 백신은 노바백스 1종입니다. 전날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신별 공급량과 시기는 아스트라제네카 1~3분기 1000만명분, 얀센 2~4분기 600만명분, 모더나 2~4분기 2000만명분, 화이자 3~4분기 1000만명분입니다. 이 밖에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이 별도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이달 중 도입이 예상됐던 또다른 백신, 화이자 백신 6만명분(11만7000회분)이 그 중 일부입니다.
그러나 현재 도입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종 뿐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코백스 물량 제외)
현재 국내 도입 일정이 확정된 유일한 백신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명분이) 24일부터 수일간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5일부터 보건소 등 접종 기관으로 백신이 배송되고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 허가를 낼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식약처는 오는 10일 백신에 대한 품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식약처의 허가가 난다면 일정대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백신의 국내 사용분은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3분기까지 1000만명분(2000만회분)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또 이 물량과는 별도로 코백스를 통해서도 상반기 내에 약 130만명분(259만6800도스)을 들여오기로 한 상태입니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제네카와 옥스포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이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바이러스의 항원유전자를 다른 운반용 바이러스에 실어 체내에 주입해 항원 단백질을 생성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당초 메르스 등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질환용으로 개발하던 백신 물질을 개량한 겁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고, 2~8도 정도에서 보관이 가능합니다. 또 기존 물질을 활용한 만큼 제작 단가가 낮고, 광범위한 라이센스 계약이 체결돼 저소득 국가에도 보급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신입니다.
그러나 효능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예방률이 평균 70.4%로 다소 낮은 편입니다. BBC는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는 이 백신의 예방률이 10% 내외에 그친다는 소규모 임상 실험 결과를 8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남아공과 스위스는 이 백신의 접종을 잠정 보류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 가능한 개량 백신을 오는 가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령층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핀란드·폴란드·이탈리아 등은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식약처의 최종 결정을 보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령자 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접종 횟수는 2회로 접종 비용은 3~5달러, 한화로 약3300원에서 5400원 정도입니다.
■화이자 백신, 1000만명분(코백스 물량 제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함께 이달 중 도입이 예상됐던 화이자 백신 6만명분(11만7000회분)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2월말 또는 3월초에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일정은 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물량은 코백스라는 중계기관을 통해 공급받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코백스와 화이자 간의 계약 상황이 변수가 되는 것이죠. 화이자가 한국에 직접 공급하는 물량은 1000만명분으로 7월 쯤 도입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백신은 미국의 제약기업 화이자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mRNA 백신입니다. 기존의 단백질 항원 백신에 비해 생산 속도와 비용, 또 항체 반응 유도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 백신 가운데 예방효과가 가장 높습니다. 임상 3상 예비 분석 결과 예방률이 9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원하는 나라들도 많아 공급 물량이 부족합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물량 부족으로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보관과 유통이 가장 까다로운 백신이기도 한데요. 쉽게 파괴되는 mRNA백신의 특성상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에서 보관을 해야합니다. 유통과 보관에 만전을 기하지 않을 경우 변질 우려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정부는 전국에 250여 곳의 접종센터를 만들어 화이자 백신과 또다른 RNA백신인 모더나 백신을 보관하고 접종할 계획입니다.
또 mRNA 백신은 알레르기와 같은 자가 면역 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생 비율이 다른 백신들의 경우 대부분 10만명~100만명 당 1명 수준인데 화이자 백신은 100만명 당 11명, 또다른 mRNA 백신인 모더나 백신은 100만명 당 2.5명 수준으로 보고됐습니다.
접종 횟수는 2회로 접종 비용은 19.5달러, 한화로 약2만1500원 정도입니다.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코백스 물량 제외)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이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 백신입니다. 때문에 특징도 화이자 백신과 유사한데요. 임상 3상 예비 분석 결과 예방률은 94.1%로 화이자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영국발 변이 뿐 아니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 효과를 갖는다고 모더나 측은 밝혔습니다. 다만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발생률은 일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6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mRNA백신의 특성상 화이자 백신처럼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 백신을 접종받은 미국 의료진이 실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임상보고서상으로는 유의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mRNA백신답게 보관과 유통도 쉽지 않은데요. 영하 20도에서 보관을 해야합니다. 9일 한국 방역당국이 모더나 백신을 전담 유통·관리할 업체를 추가 선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앞서 지난달 21일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그리고 코백스를 통해 들어오는 백신을 유통·관리할 업체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선구매 계약 물량은 2000만명분(4000만회분)으로, 예상 도입시기는 오는 5월입니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처럼 이 백신 역시 원하는 나라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접종 횟수는 2회로 접종 비용은 15~25달러, 한화로 약 1만7000원에서 2만8000원 정도입니다.
■얀센 백신, 600만명분(코백스 물량 제외)
이 백신은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 중 유일하게 한 차례만 접종하는 백신입니다. 도입물량은 600만회분, 도입 예정 시기는 오는 4월입니다. 코백스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을 제외하고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두번째로 빨리 들어오게 될 예정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2도~8도 정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유통·관리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분기부터 공무 등으로 급히 출국을 해야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예방률은 평균 66% 정도로 한국에 도입되는 백신 중 가장 낮습니다. 미국에서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효과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발 변이에 대한 예방률도 57%정도로 알려져 다소 낮은 편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는 효과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접종 비용은 10달러, 한화로 약 1만1000원 정도입니다.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 확보 추진
정 단장은 지난 8일 “선구매한 5600만명분 이외에 노바백스 백신 도입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간 계약이 체결되면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백신은 B형 간염 백신 등 기존 백신들처럼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라 국내에 도입된다면 코로나19 백신 중 안전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의 백신처럼 2도에서 8도 정도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위탁 생산을 할 것으로 보여 보존 기간도 최대 3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얀센(3개월)이나 아스트라제네카(6개월) 백신보다 훨씬 긴 기간입니다.
또 예방률도 89.3%로 높은 편이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85.6%의 예방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률은 60% 정도입니다.
특히 임상 3상 당시 임상 참가자의 27%가량이 고령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과도 기대되는 백신입니다.
접종 횟수는 2회로 접종 비용은 16달러, 한화로 약 1만7000원 정도입니다.
■스푸트니크V, 향후 추가 도입 검토
러시아에서 만든 이 백신에 대해 정 단장은 9일 “변이 바이러스나 공급 문제 등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백신에 대한 확보 필요성을 계속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시노백 백신과 함께 그동안 신뢰성에 대해 의심을 받아왔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백신 부족 사태와 예상 외의 평가 등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의 논문을 통해 최근 공개된 이 백신의 임상 3상 결과 면역 효과가 91.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60세 이상에서도 효과가 91.8%였습니다.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임상시험 당시 영하 18도에서 보관된 액체형태 백신이 사용됐지만 동결건조 형태로 보관할 경우 2도~8도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가격도 20달러(약2만2300원) 수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화이자와 모더나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다른 백신들의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접종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당국이 이 백신의 추가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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