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반응 환자 발생, 신속대응반 출동!"..코로나 백신 접종 앞두고 모의훈련

김윤수 기자 2021. 2. 9.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센터 국립중앙의료원서 모의훈련 실시
모의 접종자 모집해 접수→예진→접종→접종 후 관리→이상반응 대처
"전국서 하루 15만명 접종 계획…훈련 결과 토대로 효율 개선할 것"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의료진들이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을 보인 참가자를 응급처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속대응반 호출, 신속대응반 호출"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의사 4명이 출동한다.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을 확인하고 산소호흡기를 씌우고 응급 처치한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의사 1명이 "응급실에 아나필락시스 (환자 있다고) 연락주세요"라고 요청하자 대기하던 간호사가 전화기를 들고 "환자 앰뷸런스 이동합니다. 게이트 열어주세요"라고 외친다. 신속대응반 출동 6분 후 환자가 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응급실로 이송된다.

9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의료진 모의훈련이 실시됐다. 의료진은 접종 후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쇼크가 올 수 있는 심각한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발생을 포함해 다양한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았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참가자들이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예방접종센터는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이달 초 구축됐다. 정부는 향후 전국 250곳을 구축해 하루 15만명을 접종할 계획이다. 접종센터당 하루 600명, 하루 6시간 운영한다면 시간당 100명, 30분당 50명을 접종해야 한다. 이날 훈련은 모의 접종자 50명을 모집해 실제 30분 내 접종을 완료하고 접종 후 관리와 이상반응 발생 시 대처하기 위해 이뤄졌다. 모의 접종자 역시 접종 업무를 수행할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실제 접종자의 입장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접종자는 접수, 문진, 대기, 예진, 접종, 접종 후 관리의 과정을 거친다. 이날 오후 2시 모의 접종자들은 번호표를 받고 접종센터의 F동 건물로 들어왔다. 체온 측정, 손소독을 거쳐 신분증을 제출하고 접수했다. 임신, 기저질환, 알레르기, 약 복용 등의 여부를 묻는 문진표를 작성해 간호사에 제출하면 간호사가 접종 가능 여부를 1차적으로 판정한다. 접종 대상자는 다시 접종 후 15분간 이상반응을 관찰하는 일반 접종 대상자와 30분간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한 접종 주의 대상자로 나뉜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의료진이 냉동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2시 8분, 모의 접종자들이 예진, 접종, 접종 후 관리가 이뤄지는 C동 건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안내에 따라 4명의 예진 의사 중 1명에게 임의로 배정된다. 예진 의사들은 모의 접종자들에게 "앓고 있는 질환이 있나요?" "백신은 처음 맞으시는 건가요?" 등의 질문을 통해 환자의 과거력을 확인하고 "접종 후 15분간 지켜보신 뒤 귀가하시면 됩니다" "접종 부위가 붉게 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면역 반응입니다" "다만 귀가 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119에 신고해주세요" 등의 안내를 했다.

예진실과 같은 공간에 있는 접종실에는 접종을 담당하는 간호사 4명과 백신을 준비하는 간호사 2명이 대기했다. 접종실에는 해동한 화이자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 1대와, 6명분의 백신 바이알(유리용기)에서 1명분을 위생적으로 분리해내기 위한 클린벤치 2대가 비치돼 있다. 간호사는 바이알에 주사기를 꽂아 1명분을 담았다. 접종 간호사가 이를 넘겨받아 환자에게 접종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의료진이 훈련 참가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자는 접종실 옆의 관찰실로 옮겨진다. 일반 접종자는 일반 관찰실로 이동해 15분간 의자에 앉아 신체 변화를 확인한 후 이상반응이 없을 경우 귀가한다. 총 34개의 좌석이 준비돼 있다. 접종 주의 대상자는 접종 후 집중 관찰실로 옮겨져 30분간 더 주의깊은 관리를 받는다. 의자가 아니라 침상 8개가 준비돼 있다.

오후 2시 37분 응급 상황이 연출됐다. 모의 접종자 1명이 환자 역할을 했다. 안내 방송으로 ‘신속대응반’을 부르자 의사 4명이 출동해 환자를 관찰실 옆 집중치료실로 옮기고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진단한다. 이후 환자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앰뷸런스에 탑승, 오후 2시 43분 접종센터 바로 옆 국립중앙의료원 본원의 응급실로 이동한다. 응급실 의료진은 아나필락시스 환자 발생을 보고받고 응급 치료를 미리 준비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의료진들이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을 보인 참가자를 응급처치 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보다 경미한 환자 발생 상황도 연출됐다. 한 모의 접종자는 "머리가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의사는 "일시적으로 현기증이 있을 수 있다. 2~3분 정도 누워있으면 안정된다"며 환자를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환자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 앞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응급 처치에 들어간다.

50번째 모의 접종자가 접종을 마치고 관찰실로 이동한 시각은 오후 2시 44분이었다. 접종센터 측이 목표했던 30분보다 14분 초과했다. 훈련 종료 후 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 등 접종센터 관계자 4명이 모여 개선해야 할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관계자들은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구간을 파악하는 한편, 관찰실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의 초저온 보관·유통이 필요해 국내 도입 백신 중 가장 까다로운 종류로 꼽힌다. 상온 노출 후 6시간 내 사용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 나머지는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날 화이자 백신 접종 훈련으로 얻은 매뉴얼은 다른 백신 접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접종센터의 설명이다.

화이자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약 6만명분(11만7000회분)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다. 정부는 이 백신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약 5만명에게 우선 접종할 계획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