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美 언론, "현대차-애플 완전 결렬 아냐"
[앵커]
올해 초부터 산업계의 뜨거운 화제가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소문이었는데요.
한 달 전 '초기단계'라고 말했던 현대차가 어제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협상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완전 결렬은 아니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협상이 틀어졌고, 재개 가능성은 없는지, 우리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박대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하나씩 보죠, 일단 정말 협상이 있기는 했던 건가요?
[기자]
한 달 전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 현대차 측에서 다수의 기자들에게 "협의가 있긴 하지만 초기 단계"라고 확인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시작은 했었지만 그로부터 한 달 중 어느 시점에 중단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앵커]
비밀이 누설돼 애플이 화가 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래서 중단된 건가요?
[기자]
애플이란 기업에는 이른바 '깜짝쇼'로 신제품을 공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당연히 비밀 누설에 화가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애플과 현대차가 협업을 한다면 차체는 현대차가 만들고 두뇌에 해당하는 전기차 전용 시스템반도체와 차량과 자율주행을 제어하는 운영체계 소프트웨어는 애플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중요한 두뇌 부분을 애플이 담당하게 되는 것인데 어디까지 두 회사가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가 쟁점이었을 것입니다.
즉, 현대차 입장에서는 핵심 기술을 애플에 의존하게 되면 단순 납품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핵심 소프트웨어를 타사에 의존하는 개발 방식은 삼성 스마트폰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선례가 있습니다.
꽤 성공적인 협력관계지만 그래서 삼성전자의 성과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로이터 통신도 "현대차 내부에서 애플의 위탁업체가 되는 것에 반발이 컸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취지입니다.
[앵커]
양 쪽에서 서로 머뭇거릴만한 요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이대로 그냥 끝인가요?
[기자]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우선 현대차 측의 공시 내용을 봐도 뭔가 여운이 남는데요.
첫 줄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해 놓고 다음 줄에서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한 겁니다.
두 문장 비교해보면 자율주행차는 함께 개발 안 하더라도 전기차는 개발하는 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물밑에서 협상을 해가면서 일종의 말 장난으로 거짓 공시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통상 신차 발표 2년 전에 부품사와 개발 계약을 하는데요.
아직 애플카 발표까지 3, 4년 남은 만큼 협의가 재개될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애플이 원하는 전기차 전용 뼈대를 갖추고 있고 미국에 공장이 있는 자동차 회사를 추려보면 GM과 폭스바겐, 그리고 현대차 그룹 정도가 남습니다.
이 때문에 애플인사이더 등 미국 언론도 여전히 현대차를 유력한 협력후보로 꼽고 있고 CNBC 도 완전 결렬은 아니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앵커]
애플은 왜 자동차를 만들려고 하는 건가요?
[기자]
지금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부딛혔기 때문입니다.
이 그래프가 해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판매 대수인데요.
'14억 대의 함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6년 전 판매대수가 14억 대가 된 이후에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데다 중국산 저가폰의 공세가 무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더구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에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술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애플이 강점을 가진 분야입니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생산기술은 발전했지만 아직 시스템반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는 갈 길이 멉니다.
자동차 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발달과 함께 점점 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중요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최찬종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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