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명 접종 목표 실험.."50명 접종에 40분 이상 걸렸다"
30분 내 50명 접종 목표..마지막 접종까지 47분
희석한 화이자 백신 6시간 내 사용.."예약 중요"
질병청 "접종 배정·예약시스템 마련해 운영 계획"
접종 후 15분 대기 관찰실 병목.."공간 확보 필요"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당 하루에 600명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접종 모의훈련에선 50명 접종에 40분 넘게 걸렸다.
방역당국은 30분 이내에 50명 접종을 목표로 세웠지만, 실제 목표에 달성하려면 접종에 걸리는 시간을 더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국내 첫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질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9일 화이자 백신 접종 모의훈련이 진행됐다.
중앙예방접종센터는 두 가지 목적으로 구축됐다. 하나는 많은 수가 빠르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당국은 센터별로 하루 6시간 운영할 경우 600명씩, 즉 30분마다 50명씩 접종을 목표로 정했다.
다른 하나는 접종센터 구축에 필요한 모델링 자료 생산 역할이다. 당국은 접종센터 체계를 구축한 후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을 시작으로 전국에 접종센터 250곳을 확충할 예정이다.
훈련은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된 화이자 백신을 해동실로 옮겨서 해동·희석하는 예방접종 준비 단계부터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의료원 약제부 직원이 장갑을 끼고 냉동고 문을 열었다. 총 4칸으로 나뉘어진 냉동고 안에는 모의 백신이 담긴 통이 담겨 있다. 한 트레이(상자)에 195 바이알이 담겨 있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냉동고 온도는 화이자 백신 보관 적정 온도인 영하 60~80도로 유지 중이다.
약제부 직원이 냉동고 1곳에서 백신이 든 통을 꺼낸 뒤 통 윗면에 시간 등을 기입한다. 직원은 백신이 든 통을 이송 가방에 옮겨 담고, 옆에서 관련 서류 작성을 시작한다. 약제부 직원은 "냉장까지 시간이 걸리니 퇴근 전에 (냉동고에서)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는 식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께 중앙예방접종센터 정문으로 들어온 접종 대상자는 숫자가 적힌 목걸이를 받은 뒤 접종 등록-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접종 대상자는 체온 점검, 손 소독 후에 안내표를 받아서 차례차례 읽고, 칸막이가 쳐진 접수 대기 구역에서 문진표를 작성한다. 8번 접종 대상자가 접수하기까지 약 3분이 걸렸다.
접수가 끝난 대상자는 같은 건물 오른편 예진 구역으로 이동해 다시 열을 재고, 문진표를 확인한 뒤 접종 구역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8분, 접종 구역에 도착한 접종 대상자는 대기실에 앉아서 자신이 받은 번호가 벽면 스크린에 뜨길 기다렸다. 대기번호가 스크린에 나타나면, 옆방에 있는 예진의사 앞으로 이동해 몸 상태를 설명했다.
접종실 왼쪽에 자리잡은 예진실에는 예진의사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진의사는 접종자에게 주민번호 앞자리를 물어본 뒤 접종자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했다. 시스템에 접종자 이름을 넣으면 주민번호 앞자리와 접종 대상자 여부, 주소 등이 나왔다. 의사는 이후 시스템에 백신 로트번호를 선택해 기입했다. 이후 예방접종 순서를 설명하고, 접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설명하기까지 3분이 걸렸다.
예진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접종 구역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역별로 간호사가 1명씩 접종 대상자를 기다리고 있다. 접종 구역 너머에 마련된 주사 준비실에선 의료진 2명이 클린 벤치(무균 상태에서 백신 물질을 주사기로 뽑는 장치)를 이용해 해동·희석된 백신을 주사기에 나눠서 넣었다. 백신 1 바이알 당 6명이 주사할 수 있는 분량이 나온다. 분주된 백신 주사기는 트레이(상자)에 담겨 접종 구역으로 전달됐다.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접종실 복도 건너편 관찰 구역으로 이동했다. 모의훈련 시작 20분 후인 오후 2시20분께 관찰 구역에 들어온 접종자는 15명이다.
관찰 구역은 크게 '일반대기실', '집중대기실', '응급처치실' 세 곳으로 나뉜다. 일반대기실에 들어간 접종자는 15분 동안 다른 접종자와 거리를 유지한 채 팔걸이와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는다. 일반대기실 옆에는 침대가 마련된 집중관찰실이 있다. 접종 시 이상 증상을 보이거나 접종 주의군으로 분류된 접종자가 이곳 침대에 누워 30분 이상 증상을 관찰한다. 응급처치실은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접종자를 응급처치하는 곳이다.
오후 2시35분께 여성 환자 1명이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접종 구역 내에서 '신속대응팀'을 찾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이윽고 의사 4명이 여성 환자의 혈압, 호흡을 확인한 뒤 이 여성을 응급처치실로 이동시켰다. 간호사가 "혈압 180-80입니다. 에프네프린 0.5 투입합니다. 응급실에 아나필락시스 연락해 주세요"라고 외쳤다. 응급 처치를 마친 환자는 이후 구급차를 타고 본원 응급실로 가게 된다.
응급 처치를 담당한 의사는 "접종 후 현기증이 있거나 실신하면 2~3분 정도 눕혀주면 안정된다"며 "신경성 실신이 의심돼도 의사가 판단을 통해 집중 관찰하거나 응급 처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응급 환자 조치 후 마지막 환자가 예진 구역에 들어온다. 예진을 마친 이 접종자의 접종 완료된 시점에 시계는 오후 2시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첫 접종 모의실험 후 관계자들이 모여 오늘 훈련 상황을 평가했다.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30분 이내 50명 접종을 예정했다. 우리 센터에서 만든 모델이 전국 센터로 나갈 때 적용할 4개 모듈 중 1모듈은 1시간에 100명, 하루에 6시간 운영하면 600명 모듈을 구상했다"며 "오늘 30분보다 조금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하루에 600명, 정부가 250개 센터 구축을 생각한다면, 250모듈이 돌아가면 15만명이 하루에 맞는다. 한달 30일이라고 치면 450만명이 한 달에 맞는 것"이라며 "3주 후에 다시 맞으면(2차 접종) 20일에 300만명 맞는 규모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해동·희석한 화이자 백신을 6시간 안에 써야 하는 점도 효율적인 백신 접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6시간 안에 희석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오 센터장은 "최소한 접종 전날 센터에 몇 명이 와서 예방접종할 것인지를 받고, 그에 따라 몇 바이알을 꺼내 녹혀서 준비할 것인지 계산해야 한다"며 "어느 센터나 몇 일에 몇 명이 와서 맞을 것인지 예약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상반기에 접종 배정 시스템을, 하반기에 예약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중앙예방접종센터는 이 밖에 접수 후 대기 구역에서 접종 정보 등을 담은 안내문을 접종 대상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보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접종 정보를 검색 가능한 QR코드가 실린 안내 포스터를 벽에 붙여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병목 현상은 예상대로 접종 후 관찰실에서 벌어졌다고 센터 관계자는 언급했다. 최소 15분을 대기해야 하는 만큼 관찰 공간이 넉넉히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화이자 백신 합동 모의훈련은 2~3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매회 평가·환류 과정을 거쳐 실제 접종 전까지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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