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영장기각'에 입장 냈던 청와대,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선고에는 침묵
[경향신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재판과 관련해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입장을 냈던 청와대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전 장관 등의 1심 선고와 관련,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칙적으로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확인한 후에 필요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이들 가운데 실제 사표를 낸 13명 가운데 12명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전·현직 장관 중 처음으로 구속됐고, 현 정부 인사가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앞서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에너지전환 정책 자체가 수사대상이 된 것에 대해 총리와 법무부 장관께서 대정부질문에서 하신 말씀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백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이런 사안이 어떻게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 참으로 의아스럽게 짝이 없다”며 비판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8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청와대의 입장은 검찰 수사를 비판한 정 총리, 박 장관의 생각과 같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법원 결정이 현 정부에 미치는 유·불리에 따라 청와대가 입장 표명 여부를 바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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