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의원·공무원 '황제 접종' 부인했지만..법원 "사실"(종합)

전원 기자 2021. 2.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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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10개 꺼내 줬고 남은 건 반납" 증인 진술
"시의원이 주사 안아프게 놔달라" 증언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전경.2014.4.29/뉴스1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전남 목포시의원들의 이른바 '황제 예방접종' 의혹에 대해 법원이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판단했다.

목포시의원들은 '황제 접종'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놓아준 혐의로 기소된 보건소 공무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3단독 김재향 판사는 9일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목포시 전 보건소장 A씨에게 벌금 500만원, 보건소 7급 공무원 B씨는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지만 간접사실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때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경찰조사에서 A씨의 진술이 바뀌자 B씨의 진술도 바뀌었던 점, 증인들의 백신과 관련된 진술 등을 이유로 '황제 예방접종'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첫 경찰 조사 당시 진술을 살펴보면 A씨가 B씨에게 '목포시의원에게 자료를 가져다주라고 했다'고 돼 있다"며 "하지만 경찰 3차 조사에서 A씨는 예방접종을 하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이후 B씨도 지시를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예방접종 예진표를 가져다 줬을 뿐 백신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시의원실에 다녀온 뒤 CCTV를 살펴보면 접종실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냉장고에 넣는 것이 보인다"며 "증인 진술을 보면 백신 10개를 꺼내서 B씨에게 줬고, 남은 백신은 반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CCTV로 보이는 객관적인 정황과 일치한다"며 "증인들이 규정위반을 자인하면서도 한 진술인 만큼 믿을만 하다"고 덧붙였다.

또 "B씨가 예진표를 갖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입출고량의 차이를 막기 위해서 가지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목포시의원들은 B씨가 가져온 자료를 함께 보기 위해 의원실에 모였다고 진술했지만 B씨는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아니었고, 자료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B씨가 의원실에서 나올 때 의원들도 함께 나온 점 등을 보면 자료를 설명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목포시의원들의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증인들의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진술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증인들은 접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의원 중 1명이 '주사를 안아프게 놔달라'고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일부 증인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을 살펴보면 예방접종이 있었던 사실을 주고받은 내용이 있는데 이같은 내용은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일 뿐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차량블랙박스 등을 살펴봤을 때 말을 맞추는 듯한 정황도 보이는 점 등도 A씨와 B씨가 목포시의원실에서 예방접종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봤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이들이 의사의 예진 없이 의원들에게 접종을 했다"며 "관례적으로 접종을 해온 점 등을 볼 때 엄히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특히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을 조율하고, 일부는 은폐를 한 정황도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초범인 점,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노력한 점 등을 볼 때 공무원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형을 선고할 경우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7일 목포보건소 직원들이 목포시의회 모 의원실로 찾아가 의원 4명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다.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며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해 6월 의료법위반 혐의로 목포시 보건소 직원 2명을 기소했다.

재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백신을 접종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실제 백신을 접종했는지 등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B씨의 변호인은 "시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4명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었다.

반면 독감 접종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목포시의원 4명은 부정청탁금지법상 금액이 형사 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신 법원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3만원의 과태료 약식 부과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목포시의원들은 이 같은 결정이 잘못됐다면서 이의신청을 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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