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치권 낙하산에 철퇴..환경부 블랙리스트 "타파할 불법관행"

이장호 기자 2021. 2. 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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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이전 정부 있었더라도 명백한 법령위배..폐해 심해"
법원, 사실관계 대부분 인정..직권남용·업무방해혐의 유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무엇보다 법원이 관행처럼 이뤄져 오던 공공기관에 대한 정치권의 낙하산 임명 과정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며 "타파해야 할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장관은 17개 혐의 중 8개 혐의, 즉 절반 가까운 혐의가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직권남용죄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을 뿐, 1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한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이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구속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9년 4월 기소 이후 2년여 만에 난 1심 판결이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김 전 장관의 혐의는 17개 혐의 중 9개다.

Δ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사표 제출 요구 Δ공공기관 임원 후임자 임명 과정서 임원추천위원인 환경부 실·국장에 내정자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지시 Δ임원추천위원회의 업무방해 Δ내정자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 의결 지시 Δ사표 거부 임원에 대한 사직서 제출 강요 Δ내정자 탈락 책임 문책성 전보인사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Δ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임원들의 사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한 행위 Δ내정자들에 대한 '사전지원' 행위 Δ임원추천위원들에게 '적격자 없음'으로 의결하도록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요청하도록 한 행위 Δ탈락 내정자가 유관기관 회사 대표로 임명되로고 환경부 공무원들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임원들에게 지시한 혐의 Δ사표 제출 임원 표적 감사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 8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무죄가 난 대부분 혐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대상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을 뿐,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또 이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지시로 환경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이 같은 위법한 행위를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무원·직원들은 김 전 장관을 보조하는 역할이 있을 뿐 이들에게 구체적 권한과 역할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인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적용된 임원추천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과거 정권에서도 이 같은 일괄 사표 제출 요구와 내정자에 대한 지원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2004년 시행된 이후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일괄 사표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과거에도 내정자들에 대한 환경부 공무원의 조직적 지원 활동이 이뤄졌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이전 정부에서도 지원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그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며 "김 전 장관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 또는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이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등 자신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하던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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