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교~양재까지'..박영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하자"

김태준,성승훈,이축복 2021. 2.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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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리빌드서울'서 제안
野 조은희 예비후보 처음 공약
박영선, 여의도부터 시범사업
지상 주거시설 8천가구 입주
도로 덮은 지상에 주택건립
서울시장선거 핵심이슈 부각
조은희는 "민간자본으로 건설"
경부고속도로 수직정원도시 조감도. [사진 제공 =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
여권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공약을 꺼내 들었다. 대규모 개발 계획에 부정적인 여권 기류를 감안할 때 파격적인 행보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리빌드서울' 시리즈를 통해 제안한 지하화 프로젝트는 야권 후보 공약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박 후보가 뛰어들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여야 공통의 어젠다로 떠올랐다.

9일 박 후보는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정책 발표회를 열고 "한남대교 부근에서 양재까지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 6㎞, 10만평(약 33만0000㎡)이 나온다"며 "5만평은 공원 용지로 하고 나머지에 등대 모양 수직정원 주거시설이 들어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몇 가구가 입주할 수 있을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7000~8000가구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3.3㎡(1평)당 1000만원에 공공분양을 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5년간 공공분양으로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과 주택용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내에서 활용 가능한 국공유지, 시유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나온 제안이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은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야당 후보들이 줄곧 주장해온 것이지만 여권 유력 주자인 박 후보도 이에 가세하면서 지하화 계획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야 어느 쪽이 이기든 지하화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조 구청장이 제안한 방식은 상부 토지를 민간에게 매각해 3조원가량을 사업비로 쓰는 방식이어서 공공 중심인 박 후보 제안과는 차이가 있다.

주택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시급하다. 한남IC 남측~잠원IC 북측 구간은 평일 평균 시속이 상행 기준 11㎞(오전 8~10시)에 불과한 '교통 지옥' 구간이다. 퇴근 시간대(오후 5~8시)에는 더 막혀서 평균 통행 속도가 7㎞대까지 떨어진다. 서울 도시고속도로 출퇴근 시간대 평균 시속(40~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도시건축연구실) 교수가 발표한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한남IC~양재IC 구간 지하에 지금과 같은 도로 2개(왕복 12차로)를 더 팔 수 있다.

[김태준 기자 / 성승훈 기자]


'고속도로 지하화' 청사진, 서울 주거난 해법으로

지하도로는 40m 이하에 '대심도(大深度)' 터널을 짓되 터널의 층위를 2개로 나누고 지하 1층 도로는 완행 구간, 지하 2층 도로는 급행 구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교수는 "공사비(3조원)는 대부분 복합개발용지 매각을 통해 충당할 수 있고 공사 기간이 3~4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한다면 9만~10만평의 용지가 새로 생겨난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도로 양옆에 있는 '완충녹지'까지 활용할 수 있어 공간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관심사도 '지하화'에 쏠리는 모양새다. 현재는 집값 급등으로 주거난이 심각한 만큼 상부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공약의 주된 내용이다.

재원 마련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도시건축연구실) 교수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사업비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용지 매각으로만 재원 3조5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포IC(1만1371㎡)·서초IC(6만2900㎡)·양재IC(5만400㎡)를 3.3㎡(1평)당 1억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재원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 교수는 "완충녹지 지역 약 9만평 중 7만평은 청년·신혼부부 주택 용지로 활용하고 나머지 2만평(약 6만6000㎡)을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약 2조원을 확보해 경부선철도 등 타 사업 재원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충녹지 중 민간에 매각하는 2만평은 반포IC~서초IC 구간 1만평(약 3만3000㎡)과 서초IC~반포IC 1만평이다. 지하화에 대한 관심은 경부고속도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시내에 땅이 부족한 만큼 도로와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과 업무시설을 짓는 공약을 여야 가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여권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지하화 공약은 그가 내놓은 '21분 콤팩트시티'와 맞물려 있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의 공간 구조를 인구 50만명 기준 21개 다핵(多核) 구조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시범사업지로는 서울 여의도를 꼽았는데, 의사당대로를 지하화해 그 위에 공원과 스마트팜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영선 예비후보와 맞붙었던 우상호 예비후보는 서울의 강변도로와 철도를 데크로 덮어 공공주택 등을 조성하는 '한강마루'와 '철길마루'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것 역시 매일경제가 '리빌드서울' 시리즈 2편에서 제안한 것과 비슷한 형태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 등을 지하화하자는 공약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7일 중랑천을 찾아 동부간선도로와 서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같은 당 조은희 예비후보는 서초구청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 지하화와 아울러 서울 도심과 서북부를 연결하는 통일로 아래까지 지하도로로 연결하는 '강남북 지하고속도로' 구상을 밝혔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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