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巨與 눈치에 몸사리는 국회예정처..'중기재정전망' 만들어놓고 비공개

전경운 2021. 2.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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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엔
2029년 GDP대비 나랏빚 75%
재정준칙 60% 사실상 불가능
매년발표 10년단위 재정전망
올해부터 격년발표로 변경해
예정처 "자료보완 위한 조치"

◆ 적자재정 늪 빠진 한국 ◆

2030년 대한민국의 국가채무가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10년 재정전망 자료를 내놓은 서울 여의도 국회예산정책처 입구.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가 확인한 2030년 국가채무 규모는 수차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요청한 끝에 확보한 추계 수치다. 이는 예정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 2020년부터 2030년까지를 발췌해 중기재정전망을 재가공한 것이다.

예정처는 매년 10년 단위 재정전망을 추계한 '중기재정전망'을 만들어 발표해왔다. 이번에 공개한 추계치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생산해온 것이다. 그런데 유독 작년에 만든 중기재정전망은 수개월째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발표 주기를 매년이 아닌 격년으로 바꿨다. 이는 최근 급속히 증가한 국가채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여당의 압박으로 예정처가 국가채무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9일 예정처는 매년 발표해온 중기재정전망을 올해부터 격년으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지난해까지 향후 50년의 국가재정을 전망하는 '장기재정전망'을 격년으로 발표하고 10년 단위의 중기재정전망을 매년 발표해왔는데, 올해부턴 홀수 해엔 중기재정전망을, 짝수 해엔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예정처는 지난 1월 국회의장 업무보고에서 재정전망 보고서 주기 개편 방침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해 주요 업무 추진 방향으로는 '재정·경제 분야 의정활동 지원 고도화'를 제시했다. 매일경제가 확인해 취재한 결과, 예정처는 지난해 중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이미 작성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중기재정전망을 발표해온 예정처가 지난해에는 아무런 공지도 없이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의 국가재정을 전망한 이 보고서에는 재정준칙 도입 이후에도 202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75% 수준에 이른다는 결과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준칙을 도입해도 국가채무비율 60%를 지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경준 의원실이 예정처에 의뢰해 받은 전망치에는 2030년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75.5%로 나와 있지만 작년에 만든 미공개 자료에는 2029년에 이미 75%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미공개 자료는 4차 추경까지 반영하는 등 추정 요소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박명호 예정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작년에 발표를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 "중기재정전망은 미진한 점을 개선해 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재정 전문가는 "정부는 5개년 재정운용계획을 매년 발표하는데 객관적 비교 지표가 되는 예정처가 매년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예결산 심의를 포기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예정처의 중기재정전망은 정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데 재정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굳이 역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와 전망 차이가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워 자기 검열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예정처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8.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81.1%로 전망돼 당시 정부가 재정전망을 엉터리로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은 예정처가 정부나 여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당이 180석에 달하는 상황에서 예정처는 국회 운영위원회로부터 유일하게 감사를 받는 기관이다. 운영위에는 여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와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의원은 "어느 때보다 국가 재정 상황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예정처가 매년 발표하던 지표를 숨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특히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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