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이어 日과 연합전선..삼성은 리더십 공백에 발목
◆반도체 전선 확장하는 TSMC
일본 정부 전폭적 지원 등에 업고
소재·부품 고급인력 등과 시너지
생산라인 추가 설립 가능성 높아
도요타 손잡고 미래차 공략도 유리
총수 사법리스크에 속타는 삼성
최대 경쟁사 투자 지켜볼 처지에
미래 반도체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는 가운데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미일 연합 전선에 힘을 보탰다.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이번 결정으로 TSMC는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 복합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일본 쓰쿠바시에 R&D 센터를 신설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 업계에서 수년 전부터 거론됐던 TSMC의 일본 투자설(說)이 구체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 TSMC가 R&D 센터를 세워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인텔이 아일랜드와 이스라엘에 R&D 센터를 두고 글로벌 경영을 하듯 TSMC도 고급 인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후보지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라며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에서 이렇다 할 기업이 없는 일본의 상황도 TSMC의 진출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은 반도체 첨단 기술의 보고로 불릴 정도로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내세운 한국에,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있는 대만에,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등에 치여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는 유일한 분야는 바로 반도체 소재와 부품 등의 R&D 정도다. 특히 거처로 낙점한 쓰쿠바시는 일본에서도 이름난 연구 도시다. 국립 쓰쿠바대 산하 반도체 연구소는 물론 세계적인 소재 연구 기관인 물질재료연구기구(NIMS) 등이 자리하고 있다. R&D 센터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는 업계의 평도 이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이번 투자로 일본 진출의 물꼬를 튼 후 생산 라인을 추가로 세울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쓰쿠바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완성차 업체 도요타 등과 손잡고 미래차 반도체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자존심을 지켜줬던 르네사스는 생산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일본 국내 공장을 매각했으며 그 결과 협력 관계를 쌓아왔던 도요타는 TSMC 같은 ‘새 파트너’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는 TSMC가 크든 작든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고객사의 니즈가 있다는 의미”라며 “시작은 R&D 센터지만 최종 고객사 격인 도요타 등 일본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을 보장받고 일본 진출을 결정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이 자랑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인프라를 일본 정부의 지원 아래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생산 효율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는 TSMC로서는 이득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웨이퍼를 공급하는 업체만 보더라도 세계 톱 5위권 업체 가운데 1~3위는 모두 일본이 석권하고 있다. 장비도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업체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일본 기업이다. 고객사 주문과 생산 공정 기간(텀)을 줄여 생산 효율을 높일수록 이득인 파운드리 TSMC로서는 R&D 센터 그다음의 행보도 계산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아직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룹 총수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최대 경쟁사의 공격적인 투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70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자해 미국 오스틴에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 등 여러 곳에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만 밝혔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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