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연금, 증권사 7% 수익 올릴 때 은행은 2.7% 그쳤다
증시 호황에 투자자 적극 운용
수익률 1~5위 증권사 싹쓸이
은행권 DC형 운용구성 비중
예적금·대기성자금 72% 달해
운용 재량 더 큰 개인연금도
증권사 16%로 은행·보험 10배
주가 하락하면 손실 위험도
◆ 연금 지각변동 ② ◆
반면 예금과 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 비중이 절대적인 은행의 DC형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은 2%대에 그쳤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3.5%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연금을 맡긴 근로자들보다 증권사 계좌로 가입한 근로자들이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DC형 퇴직연금은 1조원이 넘는다. 은행과 보험사 계좌에서도 펀드 투자가 가능하지만 ETF 투자는 불가능해 증권사 계좌로 갈아타는 가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사별로 퇴직연금 상위 5개사(적립금 기준)씩 총 15개사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퇴직연금 DC형은 증권 7.04%, 보험 3.53%, 은행 2.71%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은 증권 6.38%, 은행 3.19%, 보험 2.56% 순으로 집계됐다. 개인연금은 증권사에서 주로 가입하는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이 16.21%로 가장 높았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1.91%,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은 1.66%로 1%대에 머물렀다.
개인 가입자의 상품 운용 재량이 없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근로자가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DC형은 지난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60조원의 수탁액을 보유한 DC형 퇴직연금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로 지난해 7.90%를 기록했다. 수익률 2위는 삼성증권으로 7.22%였다. 한국투자증권도 6.99%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퇴직연금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며 노후 소득 보장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도 장기적으로 연 10% 수익률을 목표로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9년 금감원 통계를 보면 은행권의 퇴직연금 DC형 운용 비중은 예·적금 등 원금 보장 상품과 현금 등 대기성 자금이 72.2%에 이른다. 펀드 비중은 10.3%에 불과했다. 은행 가입자들의 안전 선호 성향을 감안할 때 지난해에도 이 비중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나 ET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가입자 중 상당수는 증권사 계좌로 연금을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9년만 해도 은행, 보험,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3%대로 큰 차이가 없었다"며 "증시가 호황을 이룬 지난해에 업권별로 두 배가량 큰 수익률 격차가 발생한 것은 증권사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운용에 나선 결과"라고 해석했다.
가입자들의 운용 재량이 더 큰 개인연금의 업권별 수익률 격차는 퇴직연금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의 업권별 적립금 상위 5개사 수익률을 살펴보면 하나UBS자산운용이 19.48%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18.96%, KB자산운용 15.86%, 미래에셋자산운용 14.41%, 삼성자산운용 12.34% 등 순이다.
반면 신한은행 개인연금 계좌 수익률은 0.48%에 그쳤다. NH농협은행도 1.54%에 불과했다. 현대해상화재 1.55%, 교보생명 1.57% 등 보험사 개인연금 계좌 수익률도 1%대에 머물렀다. 물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8년 코스피 수익률이 -17.28%를 기록하자 DC형 계좌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경우 수익률이 -5.52%가 나오기도 했다. 2018년 DC형 계좌의 원금 보장 상품 투자 수익률은 1.72%였다. 이에 따라 연금 전문가들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분산 투자를 강조한다. 한 가지 펀드나 ETF로 연금을 운용하지 말고 지역과 섹터를 분산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이기태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증권사는 ETF, 펀드,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최근 연금 계좌 이동이 크게 늘었다"며 "장기 성장할 섹터와 단기 상승이 가능한 지수형 상품을 묶어서 운용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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