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前 장관 구속영장 기각, 수사지휘 했던 윤석열 부담 커져

한예경,박윤예,오찬종 2021. 2.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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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의혹 윗선 수사 제동
丁총리 "공직자 소신껏 일하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이 불발되면서 청와대를 향하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오세용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2시 40분께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8일 오후 8시 50분께 심문을 마치고 대기하던 백 전 장관은 기각 결정 직후 풀려났다. 오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백 전 장관의 혐의인)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 엄격해석 및 최소침해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과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돼야 한다. 오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자세히 설명한 까닭은 '직권남용죄'의 법 해석 기준이 분분하고 적용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를 향하던 검찰 수사는 한풀 꺾이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백 전 장관의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고 봤다.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낸 공소장에는 산업부가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나기도 전에 청와대에 사전 보고한 정황은 물론 탈원전 반대 단체 동향 파악 문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계획 문건 등이 포함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과 관련해 "공직자들은 흔들리지 말고 소신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감사원은 감사원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한다"며 "정책을 시행하는 일은 공직자의 고유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살피는 일을 넘어 국가 정책 방향성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전력 공급원에서 배제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한예경 기자 / 박윤예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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