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를 통한 미국의 중국 포위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쿼드’(Quad)를 통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쿼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일본·호주·인도와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4개국 안보협의체다. 바이든 대통령의 쿼드를 통한 중국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자유로운 항행, 영토의 보전, 쿼드에 기반한 역내 세력 강화 등을 포함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정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공동의 헌신은 미국과 인도 관계의 기반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직접 쿼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지난 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쿼드 참가국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쿼드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그만큼 인도가 쿼드 동맹의 핵심 축임을 의미한다. 인도는 쿼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데다,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견제하고 싶은 마음은 인도 역시 미국 못지않게 굴뚝같다. 현재 인도와 중국은 인도 최북단인 라닥 지역의 갤원 밸리를 놓고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팽창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은 인도의 주요 우방국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가 대부분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인도가 아시아 경제공동체 중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의존도는 해마다 커지는 중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회복, 전략적 자원 확대, 중국 견제 등을 위한 전략으로 쿼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구상처럼 쿼드가 ‘아시아의 나토’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4개국 모두 중국을 억제해야 할 이유를 갖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중국 압박 조치에서 단합된 행동을 하기에는 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의 주요 수출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부가가치 기준)은 2000년 6%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무려 4분의 1이 넘는 26%까지 껑충 뛰었다. 반면 미국은 3.7%, 일본은 1.8%, 호주는 2.6%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 국경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을 한 후 인도 내에서는 무역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실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3월 14%에서 10월 19%로 오히려 상승했다고 인도 경제지 ‘민트’는 전했다.
인도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러시아에서 무기의 70% 이상을 수입해 오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은 인도에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계속하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아 왔지만, 인도는 무기 거래를 강행해 왔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후 중국으로부터 관세 보복을 당한 호주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두 나라 모두 쿼드 회원국 간의 상호 의존도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월등히 높다. 일본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1.2%로 미국·호주·인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호주 역시 미국과 근소한 차이로 중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쿼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일본과 호주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알셉)에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당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려고 하면서도 중국과 사업은 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 민주당과 가까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25일 낸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면 미국의 파트너들이 이를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미국의 고립이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단순히 한 가지 측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이면서 경쟁자이고 동시에 도전자”라며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을 경쟁자 아니면 적으로 보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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