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빠졌다더니..이모부부, 10살 조카 물고문해 죽였다

양육 넉달만에 사망..'제2 정인이사건'에 시민들 분노
욕조 물에 넣었다 빼기 반복
이모부부 "말 안들어 훈육했다"
몸 곳곳엔 맞아 생긴 멍·상처
부검의 "속발성 쇼크로 사망"
경찰, 가해부부 구속영장 신청

양부모 폭행으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 살 조카가 이모 부부의 폭행 때문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모의 집에 잠깐 보내졌던 조카는 상습 폭행과 물고문을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했다. "조카가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한 신고도 거짓이었다. 9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 부부(모두 40대)는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고, 어제(8일) 오전에는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군사정권 시절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학대를 하던 중 조카인 B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지난 8일 낮 12시 35분께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구조대가 심정지 상태인 B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B양은 끝내 숨졌다. 의료진은 B양의 온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A씨 부부는 긴급체포돼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 부부는 물을 이용해 B양을 학대한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B양 시신에서 익사했을 때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보이지 않아 익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B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속발성 쇼크란 외상에 의해 생긴 출혈이 다량으로 발생해 순환 혈액량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쇼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날의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B양 시신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이 허벅지를 비롯한 몸 곳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A씨 부부는 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파리채와 플라스틱 빗자루를 폭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B양 팔 부위에 무엇인가에 묶인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의 정확한 사인은 자세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뒤에 확인될 전망이다.

B양은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사이부터 A씨 부부 집에서 생활해왔다. A씨 동생인 B양의 친모가 이사, 직장 생활 등 문제 때문에 딸을 돌보기 어려워 이들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A씨 부부 집에 오기 전에 용인 다른 지역에서 친부모와 살았으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녔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B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A씨 부부에게는 현재 함께 살지 않는 자녀가 2명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A씨 부부가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2019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에서 2016년 1만8700건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추계 아동 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연도별 피해 아동 발견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중은 전체 피고인 220명 중 15%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집행유예(43.6%)를 받거나 벌금형(17.7%)에 그쳤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가해자들은 훈육 등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약한 상대를 골라 학대한다"면서 "아동학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이 아동학대 등 관점에서 꾸준히 관찰해 신고하고, 동시에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사법상 처벌 수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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