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에서 구속 면했던 김은경, 재판 끝에 장관급 '첫' 구속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4월 기소된 지 22개월만에 법정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직이지만 장관급 각료인사가 법정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때 국정농단 사건의 하나로 꼽혔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김 전 장관을 향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하는 사람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려 했으며 공공기관 지원자 및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던 때와 달리, 이날 중앙지법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히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증언과 관련 증거로 명백히 입증가능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1심 유죄 선고 후 불구속상태로 두면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검찰 조사과정에선 "환경부 산하 임원 관련 동향 파악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부당한 압력 행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통해 환경부 공무원들을 통해 산하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하기관 임원들 줄사표 제출 과정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대부분 인정돼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환경부 산하 공무원 및 지휘 감독하는 장관으로서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책임 또한 막중하다"며 "임원들의 사표 징수부터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주도했고 내정자가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에 대해서 사표 징수를 목적으로 표적 감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청와대와 행정부가 내정자를 정한 적이 없고, 지원 행위는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고 표적감사를 한 적 없다고 일체의 행위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김 전 장관의 책임회피도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연락해 지원을 권유하고 공고문 및 내부자료를 제공해 주도록 하거나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들이 임추위에 참석해 서류심사 또는 면접심사 과정에서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몫의 임원에 대해선 청와대로부터 내정승인을 받은 뒤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거쳐 임원으로 임명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내정자인 박 모씨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지시에 따라 이후 진행된 면접심사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적격자 없음'처리를 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기도 했다. 신 전 비서관은 이를 보고받은 뒤 승인했고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실제로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이 의결됐다.
당시 '환경부 내부 동향 등이 담긴 정부부처 보고서' 등이 폭로되면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이 고발장을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문재인 캠프'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관련 문건을 폭로하면서 김 전 장관 등을 추가로 고발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산하기관 사퇴거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정황 문서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동부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검찰은 불구속기소했고 2019년 9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1월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심에서 징역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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