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 바람에 날개 단 비트코인
팬덤 효과 더해 5000만원 돌파
'금 같은 가치저장 수단' 주장도
전문가 "변동성 강해 투기 성격"
[경향신문]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테슬라 팬덤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가상통화 대표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7년 말 ‘1차 비트코인 랠리’ 이후 본격적으로 ‘2차 비트코인 상승 랠리’가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면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왕좌를 지켜온 금의 자리를 넘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여전히 큰 데다 개인이 온전히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이 한때 5000만원을 넘어섰다. 4000만원을 돌파한 지 한 달여 만이고, 지난해 말 가격이 316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해외 거래소 코인데스크에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4만8000달러선을 넘어서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비트코인 가격의 2차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각국이 돈을 풀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과거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금을 사모은 것과 비슷한 원리다. 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정통화 불신 및 비트코인 선호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여기에다 ‘테슬라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급등은 가속을 탔다.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을 15억달러(약 1조6755억원)어치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자사 현금 보유액의 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테슬라는 또 “가까운 미래에 우리 제품을 위한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용인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비트코인을 받고 자사 전기차를 팔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른 대기업들도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쓸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올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강임호 한양대 교수는 “한때 실체 없는 투기성 이벤트로 치부됐던 비트코인을 사회가 점차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가상통화에 대한 낙관론이 지속되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등 경제요인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쳤지만, 동시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팬덤 경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투기적 수요가 강한 시장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비트코인은 2017년에도 2만달러를 상회하며 당시로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2019년 초 3000달러 수준으로 폭락해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쉽게 사고팔 수 있으며, 금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과 상당히 많은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여전히 전통자산과 비교해 변동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가격 급등은 언젠가 화폐의 기능을 할 것이라는 투기적 성격의 베팅 결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