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짤방도 작품..온라인 예술에 중요해진 저작권

저작권 무시하면 '큰 코'
음악·사진·영상 삽입하거나
유튜브·SNS에 게재할 때
저작권자 허락 반드시 받아야
문예위 관련법 컨설팅 지원

◆ 온택트 아트 시대 ③ ◆

예화무용단이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촬영한 온라인 예술 관광 콘텐츠 `채움`. [사진 제공 = 예화무용단]

가야금 소리가 전북 부안군 내소사 풍경으로 이끈다. 그 선율을 타고 한국무용수들이 사찰에서 받은 영감을 춤사위로 풀어낸다. 주변 단풍 만큼이나 고운 몸짓과 청명한 음악에 내소사의 가을이 깊어갔다.

예화무용단(대표 유경숙)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무대가 막히자 부안군의 명소인 내소사, 채석강, 수성당에서 공연하는 온라인 예술 관광 콘텐츠 '예술로 부안을 가이드하다'를 제작했다. 영상 제작 초보자여서 음악 저작권 등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공연인데도 무용 배경으로 연주하고 싶은 가야금곡 '하현의 이면' 작곡자 강한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지 궁금했다.

그 곡을 사용한 온라인 콘텐츠를 유튜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때도 작곡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만약 작곡자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이라면 협회를 통해 이용 허락과 사용료를 문의할 수 있다.

공예가 김영현 씨가 건축의 조형적 역동성을 응용한 가방을 주제로 만든 영상 콘텐츠 `다이내믹 시리즈 아카이브`. [사진 제공 = 김영현]

문예위는 온라인 창작 환경이 생소한 예술인·단체, 광역문화재단 담당자를 위해 저작권법 교육·상담, 역량 강화 교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시설·장비 이용 안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예화무용단은 문예위 지원금 2500만원과 컨설팅에 힘입어 내소사 풍경을 담은 '채움', 조선시대 부안의 기생이자 여류시인 이매창과 유희경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이화우 흩날릴제', 서해바다를 다스리는 해신 개양할미를 모시는 수성당에서 인간의 기도와 소망을 몸짓으로 풀어낸 '닿음', 책 수천만권을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채석강 해식절벽 앞에서 공연한 '움틈'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

공예가 김영현 씨도 건축의 조형적 역동성을 응용한 가방을 주제로 영상 '다이내믹 시리즈 아카이브'를 제작할 때 저작권 문제를 문예위 상담으로 해결했다. 그에게 영감을 준 세계 유명 건축물과 K팝 공연, 현대무용 영상과 사진을 활용할 때 여러 의문점이 생겼다. 우선 그의 콘텐츠는 온라인 전시보다는 연구 성격이 강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했다. 저작권법 제28조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예위는 "특정 저작물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연구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영현 씨가 직접 건축물을 촬영한다면 문제가 없을까. 문예위는 "창작성이 있는 건축물이라도 외부에 항시 전시돼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진과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것은 전송행위에 해당돼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5초 정도 짧은 K팝 가수 뮤직비디오 영상을 인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짧다고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영상물 저작권 뿐만 아니라 가수 초상권도 존재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대무용가 정소희 씨는 온라인 콘텐츠 '춤추는 여행가의 ㄱ부터 ㅎ까지'를 제작할 때 문예위 컨설팅을 받았다. 춤 콘텐츠를 대중화할 방법을 찾자 문예위는 "유튜브 보다는 인스타그램에 더 맞는 콘텐츠 같다. 외국 사람들도 볼 수 있게 영어 제목을 붙이라"고 권유했다.

이 영상 콘텐츠는 자음 순으로 'ㄱ-기록', 'ㄴ-나무', 'ㄷ-돌맹이' 등 단어를 정해놓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몸짓을 담았다. 일상 속 사소한 것들을 재발견하고 신체를 통해 확장했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