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맘 떠났다"..노사합의 불구 일부 기술사무직 여전히 불만
생산직 중심 노조 합의..연구·개발직 반발은 여전
이날 연구·개발직 노조-사측 만나지만 교섭권 없어
22일까지 삼성전자 경력모집.."절반 이상은 지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데려올 땐 경쟁사 수준으로 맞춰 준다고 말하더니 이젠 마음이 떠났습니다. 노사 합의 결과와 관계 없이 20~30대 직원 대부분이 이번 삼성전자(005930) 경력직에 지원하는 분위기입니다.”
노사 합의로 ‘성과급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보였던 SK하이닉스(000660)가 여전히 내홍을 겪고 있다. 노사 협의에 참여한 한국노총 산하 전임직 노조는 생산직들로 구성돼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연구·개발직)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기술사무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사 합의 결과와 관계 없이 ‘탈(脫) 하이닉스’ 하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9일 SK하이닉스측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를 대상으로 성과급 문제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2018년 대졸 연구개발 직군 중심으로 설립된 노조로 정식 교섭단체는 아니다. 이천과 청주에 있는 한국노총 산하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정식 교섭단체다.
앞서 지난4일 사측과 합의를 이룬 것도 전임직 노조다. 당시 노사는 초과이익배분금(PS) 산정 기준 지표를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기본급의 200%에 해당되는 우리사주를 제공하고 사내 복지포인트도 300만포인트 지급키로 했다.
이러한 노사 합의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연구·개발직을 중심으로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 약 2만8000명 가운데 기술사무직은 1만50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사무직 노조에는 1000명 안팎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전임직 노조의 합의 결과가 반쪽짜리 성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술사무직 노조는 정식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합의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수년간 팔지도 못하는 우리사주와 사용처가 한정적인 복지포인트로 눈속임을 하는 것”이라며 “성과급과 연동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산출 근거 등은 알아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 준다 해도 탈출 하겠다”…‘엑소더스’ 우려도
특히 지난 2018년 도입된 ‘셀프디자인’ 제도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생산직의 경우 성과급이 균등 분배되지만 기술사무직은 ‘셀프 디자인’ 제도에 따라 차등 분배 받는다. 셀프디자인 제도는 각 부서별로 실적에 따라 임원이 기본급 상승률·성과급 비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노조 측은 해당 제도가 연봉 삭감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애초부터 직원들의 동의없이 도입됐다고 주장하며 현재 단체소송도 준비 중이다. 반면 사측은 셀프디자인 제도가 직원들과 충분한 논의 끝에 도입됐다고 맞서고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노사합의 결과와 관계 없이 회사를 떠나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이달 22일까지 DS부문(반도체) 경력직을 모집하는데, 특히 SK하이닉스에서 반발이 심한 연구·개발직 비중이 커 ‘하이닉스 엑소더스’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이미 다들 마음이 떠났다”며 “회사가 뭘 더 해준다고 해도 떠나겠다는 직원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SK하이닉스 직원은 “2018년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비슷한 급여 수준을 보장하거나 10원이라도 더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입사한 게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날 오후 성과급 문제와 관련해 사측을 만나지만, 이번 만남은 협의가 아닌 ‘설명회’인 데다 이석희 사장이나 본부장급이 참여했던 전임직 노조 협의와 달리 노사 담당 인사만 참여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 합의 결과를 뒤바꿀 순 없다”며 “우선 셀프디자인제 폐지 등을 건의해보고 사측 입장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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