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망자 30%는 화석연료 미세먼지가 원인..세계 4위"

이근영 2021. 2. 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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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 미세먼지로 2018년 세계 870만명 사망
한국 2012년 사망 20만명 중 8만명은 대기오염 때문
세계 사망자 5명 가운데 1명은 화석연료 기원 초미세먼지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화석연료 미세먼지 사망률은 세계 4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픽사베이 제공

세계 사망자 5명 가운데 1명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미세먼지 원인 조기사망률은 30.5%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높았다.

미국·영국 공동연구팀은 9일 “2018년 세계에서 870만명이 화석연료에서 나온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했다”며 “이는 기존 연구에서 추산했던 것보다 2배가 넘는 규모”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환경연구>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미국 하버드대 존폴슨응용과학대 대니얼 제이콥 석좌교수 연구팀은 ‘지오스-쳄’이라는 모델로 전 지구를 50×67㎞의 격자로 나눠 오염도를 관측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인공위성과 지상관측망으로 대기 안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구해 화석연료에서 나온 오염물질과 다른 원인물질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지오스-쳄은 세계 전력, 산업, 해운, 항공, 육상운송 등 분야별 미세먼지 배출량을 모델에 반영해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특정해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또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의 알리나 보노도스 교수와 조엘 슈바르츠 교수는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2012년 세계 화석연료 기원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를 계산해보니 1020만명으로 나왔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390만명이었다. 지오스-쳄 분석 결과 2018년 중국발 미세먼지는 2012년에 비해 43.7%가 줄어들었고, 이 영향으로 세계 조기사망자 수는 870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2017년 미국 보스턴 보건영향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의학저널 <랜싯>에 보고한 ‘세계질병부담연구’(GBD) 논문에서 제시한 420만명(세계 전체 사망자의 7.6%)의 2배가 넘는다. 이 연구에서는 화석연료 이외의 화재나 경작지 매연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구별하지 않았다. 또 건강 영향도 야외에서 초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의 위험이 아니라 실내의 간접 흡연에 의한 위험 계측 방법을 원용한 한계가 있었다.

하버드대 연구에서 2012년 화석연료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 사망자의 21.5%로, 보건영향연구소 연구 결과(7.6%)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의 대기질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8%까지 낮춰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국인 사망자 10명 중 3명은 화석연료 미세먼지 때문

화석연료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2012년)는 전 세계에서 중국(390만명) 다음으로 인도(250만명)가 많았지만, 전체 사망자 대비 비율은 중국(40.2%)에 이어 방글라데시(36.5%)가 높았다.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미세먼지 사망률은 30.5%로 네번째로 높았다. 사망률 격자 분포를 보면, 수도권에서는 연간 4천∼5천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는 사망률과 비례해 중국이 62.9㎍/㎥로 가장 높고 방글라데시(52.3), 인도(42.9), 한국(38.8) 순이었다. 북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30.5㎍/㎥로 높아 화석연료 미세먼지 사망률이 26.2%나 됐다.

중국의 경우 2018년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에 비해 절반 수준인 31.2㎍/㎥로 낮아지고, 비례해서 사망률도 24.2%로 급감했다. 한국도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19㎍/㎥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엘 슈바르츠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교수는 “화석연료 연소의 위험을 얘기할 때 온실가스와 함께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을 소홀히 다뤄왔다”며 “정책결정권자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이익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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