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설은 허락되지 않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올림

홍정명 2021. 2. 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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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청산·폐업 등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없이 설맞이
한국공작기계, 한국산연, 지에이산업, 대우조선 등
일부는 승소해도 사측은 회피.."설 이후 투쟁 강화"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5일 낮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노동자 생존권 쟁취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1.02.05. hjm@newsis.com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노동자에게 올해 설 연휴를 웃으면서 맞을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일 "한국공작기계,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 한국산연, 지에이산업, 대우조선 등 투쟁사업장이 문제 해결없이 설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설 이후에도 투쟁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부에 따르면, 대우조선산업보안분회 노동자들은 2019년 4월 1일자로 대우조선으로부터 불법해고된 후 2년여 동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행정소송 판결로 대우조선의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사측의 외면 속에 노동자들은 여전히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원직복직 촉구 대회.(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남지부는 "사측은 항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두고 시간끌기로 사측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난 1년 10개월 동안 노동자의 삶은 벼랑끝까지 내몰렸다. 법원 판결대로 사람을 살려야 하지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한국공작기계 노동자들은 2019년 11월 위장영업양수양도계약으로 회사를 인수한 한국머신툴스 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간 지 1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한국공작기계와 연관이 없다던 한국머신툴스는 한국공작기계의 영업망과 AS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영업했고, 새로운 채용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공작기계 대표이사의 아들은 한국머신툴스의 직원에서 임원까지 승진했다. 그럼에도 한국머신툴스는 여전히 공작기계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해고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사내 천막농성장에 대한 이용료를 내라며 소송전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공작기계 해고자들은 컨테이너를 보수하고 농성장을 꾸미면서 하루하루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9년 12월 31일자로 해고됐다. 법원에서는 해고 전후로 10번이나 한국지엠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사측의 법원 판결 이행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지엠 부평공장 농성과 출퇴근 선전전, 시민선전전을 이어가며 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25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인 체불임금 관련 소송의 최후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법원의 판결대로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라면 받았어야 할 임금을 하루빨리 받을 수 있도록 판결기일의 연기없이 하루속히 판결이 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4일 한국산연 청산 철회 촉구 대회.(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산연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일방적인 위장폐업 공고에 맞서 투쟁을 이어오고 있으며, 결국 지난 1월 20일 해고됐다.

해고 이후 사측은 단전단수를 진행하고, 지회 사무실 퇴거와 농성천막 철거를 요구하면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산연 사장이 청산인이 되어 진행 중인 청산절차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노동자들과의 대화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산연 노동자들 투쟁은 유례없는 한일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투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 한일 온라인 공동집회는 물론, 일본 내 8개 산켄전기 영업소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오는 10일 조합원 단결마당을 진행하고, 현장으로 돌아갈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또한 설 연휴 이후에는 외자기업 규제법안 마련을 위한 대장정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사천시 소재 지에이산업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려고 폐업을 단행한 사측에 맞서 해고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 기업인 수성기체와 지분 14%를 갖고 있는 경남테크노파크의 상급기관인 경남도청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설 이후에는 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지에이산업의 토지 등을 갖고 있는 경남도의 역할이 부재한 가운데 노동자들은 눈물로 설을 맞이하고 있다.

지에이산업의 한 노동자는 "설이면 작으나마 선물보따리도 있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하나없이 가족을 봐야 하는 조합원들을 보니 마음이 심히 아프다"고 토로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영현 선전부장은 "코로나19 악영향으로 노동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불법과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폐업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지역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법원으로부터 불법 판결을 받아내고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사측의 책임 회피를 위한 편법적 폐업에 대한 명분과 근거를 갖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명절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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