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이 베이징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씩 나눠준 이유
동계올림픽 축소판 '왕푸징 빙설 축제'서 이용 가능
중국,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앞두고 속도낼듯
한국도 법제화 논의중.."상용화 시급하지 않아"
2021년 춘제를 앞둔 수도 베이징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홍바오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중앙은행격인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CBDC)로 만들어진 홍바오다.
시민 5만명에 200위안씩 추첨 배포
중국은 지난 7일부터 베이징에서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 1000만위안(약 17억원)의 시범 발행을 위한 신청자를 모집했다. 지난해 선전과 쑤저우 등에서 공개적으로 시범 발행한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방식은 과거 테스트와 비슷하다. 신청을 받은 후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형식이다. 한 명 당 지급받는 홍바오는 200위안(약 3만4000원)으로, 모두 5만명에게 뿌려진다. 중국 주민등록번호(ID) 또는 홍콩, 마카오, 대만의 거주 허가증을 가진 사람만 신청 가능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춘제 연휴 동안 베이징의 중심가인 왕푸징(王府井)의 지정된 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징둥의 일부 상점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유효 기간은 10일부터 17일까지다.
당첨 문자를 받은 사람은 디지털 위안화 앱을 다운받고 ‘디지털 지갑’을 개설하면 된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에서 1000만위안 규모의 법정 디지털 화폐를 추첨을 통해 시민들에게 배포했고, 두달 만인 지난해 12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규모를 두배로 늘려 2000만위안을 발행했다.
첫 공개 테스트 때는 오프라인 상점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두번째에는 온라인 상점은 물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위안화 결제도 테스트했다. 현재 중국이 개발 중인 법정 디지털 화폐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NFC)을 활용해 인터넷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중국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앱이나 텐센트의 위챗 페이 등을 통해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보편화하며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어왔고, 이에 따라 중국인들의 거부감도 적은 상황이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는 결제 수단일 뿐 아니라 법정 디지털 화폐로 M1(협의통화)과 M2(광의통화)를 대체한다.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이 발행한 가상자산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본격적인 발행 시점은 베이징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열리는 왕푸징의 빙설 축제에서 음식, 쇼핑, 숙박 등에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한 테스트로 보인다.
중국 경제일보는 금융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베이징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과학기술의 동계올림픽 행동 계획을 실시하기 위해 지불 서비스 환경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실험은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을 위한 통상적인 테스트”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중앙은행이 발행·관리하는 디지털화폐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CBDC의 법적 성질을 정의하고, 발행 권한과 시스템 운영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정순섭·정준혁 서울대 교수, 이종혁 한양대 교수와 함께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지난 8일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CBDC 운용을 위해 ‘한국은행법’, ‘특정금융정보법’ 등을 제·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와 CBDC 간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되지 않도록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실물 화폐와 달리 가상 공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은법 내 별도로 주화 개념을 추가하고 그에 따른 발행 근거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한은이 직접 발행하는 만큼 법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실물 화폐를 대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법, 형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제·개정 필요성도 있다.
다만, 한은 측은 현금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고 지급결제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중국처럼 디지털 화폐의 상용화가 시급하지 않은 만큼 현실 도입에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보증한 화폐를 민간업체의 페이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CBDC가 상용화되는 순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은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금이 없는 구조여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바로 CBDC를 공급하기 때문에 예금과 같은 일종의 예치금들이 중앙은행에 쌓이게 된다. 상업은행의 역할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어 급진적인 상용화 추진 대신 여러 요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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