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發 시한폭탄되나..대출 늘었는데 연체율 역대 최저(종합)
부실채권 정리와 코로나대출 상환유예 따른 착시효과
비외감 등 중기대출 비중 높은 신한은행 등 우려 커져
[이데일리 전선형 장순원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기하급수적으로 대출이 늘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만기대출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실질 연체율이 가려진 데다, 연말 은행들이 일부 부실채권을 정리한 효과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착시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연체율을 인위적으로 틀어막고 있는 셈이어서, 자칫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끝나면 한꺼번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ㆍ가계 할 것 없이 연체율 하락
가계대출 연체율도 0.2%를 기록해 한달 전보다 0.04%포인트 내려왔다. 전년과 비교해도 0.065포인트 하락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월대비 0.02%포인트 내려갔고,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0.42%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연체율 하락에 대해 분기별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분기말 효과와 코로나대출 상환유예 효과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신규 연체는 8000억원이 발생했지만, 2조1000억원 규모의 연체 채권이 정리됐다.
정책 효과 끝나면 연체율 상승 가능성 ↑
연체율은 연체금을 대출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적으로 대출이 늘어나게 되면 초반에 상대적으로 줄어들다 서서히 올라간다. 대출을 받고 곧바로 연체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대로라면 지난해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연체율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연체율은 줄곧 하락했다. 정부가 코로나대출 상환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부실채권에 대한 변별력이 사라진 탓이다. 실제 매월 1조원이 넘는 규모가 발생하던 신규연체채권은 지난해 12월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지난해 12월말 기준 금융권 전체 대출 만기 연장 규모는 116조원, 원금 상환 유예는 8조5000억원, 이자 상환 유예는 1500억원 규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중 은행들은 실질 연체율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많이 해준 은행들은 더욱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전체 원화대출 규모는 249조원으로 전년보다 10.6% 늘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104조원으로 전년대비 14.1%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대출의 41.8%를 차지한다. 특히 신한은행은 비외감법인 대출에 대한 규모가 만만치 않다. 비외감법인은 자산이 120억원 미만으로 외부의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대출 부실 리스크는 높지만 영업이 용이하고 은행입장에서는 이자수익도 높은 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5년 동안 비외감법인 대출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비외감 기업의 부실이 조금씩 늘어났다. 지난해 말 비외감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0.58%로 외감기업과 개인사업자(SOHO) 대출 연체율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비외감 기업 대출 연체율이 0.8% 수준까지 늘어나며 내부적으로 건전성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이 114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0.5% 증가했고, 우리은행도 95조원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97조원으로 전년보다 11.4%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여신 부실은 이미 발생했어야 했는데 정책에 의해 부실이 가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 여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으로 불안한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신기준을 높이고, 충당금을 더 쌓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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