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XM3 물량 철회 경고..부산공장 포기하나(종합)

박주연 2021. 2.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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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스 부회장 "제조원가 스페인의 2배..새 방법 찾을 것"
원가 높인 원인은 닛산로그 위탁생산 종료 후 생산 절벽
적자 속 XM3 물량 빼앗기면 생존 위기..철수 수순 관측도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의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9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올해부터 유럽 수출을 시작한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물량을 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노그룹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이날 오전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며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고 르노로부터 후속물량을 받지 못하며 심각한 생산·수출절벽을 겪었고, 결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XM3의 유럽 수출이 시작됐지만 유럽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고전해왔다. 르노가 제조원가를 이유로 XM3 생산공장을 다시 변경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이 불가피한 만큼 르노그룹이 최악의 경우 한국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해 부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수출 차량)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그 약속을 믿고 르노그룹 최고 경영진들을 설득하여 뉴 아르카나 유럽 물량의 부산공장 생산을 결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년 말 기준으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 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 등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을 부산공장에 주문했다.

그는 "부산공장은 거리적 한계로 인해 높은 운송비 부담을 갖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공장제조원가가 유럽 공장의 두 배이고 여기에 운송비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공장은 스페인에서 만드는 캡쳐와 동일한 수준의 공장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출시해야 하며,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라며 "부산공장은 안정적인 생산과 납기를 통해 유럽 시장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조스 부회장은 "나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고 뉴 아르카나 생산을 결정했지만, 오늘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여러분들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부산공장의 서바이벌플랜과 전략은 스스로를 위한 최우선적 생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르노삼성이 현재 진행 중인 서바이벌 플랜은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라며 "반드시 이 서바이벌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 수요 대비 공급의 과잉 투자 환경에서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미래에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부산공장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쉽지 않은 시기"라며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그룹은 지난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르놀루션' 전략을 발표하고,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르놀루션에서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약 주기도 4년으로 변경했다.

르노삼성 역시 이달 초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도 20% 삭감키로 했다. 아울러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그룹 내 전세계 공장들 중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QCTP) 순위는 2019년 5위에서 2020년 10위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결정을 받았으며, 이달 초에는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 후 생산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인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이것이 고정비 부담이 XM3 제조원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XM3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공장 가동을 늘려야 하는데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르노가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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