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서도 77점짜리 통장 '갑툭튀'..청약가점 고평준화 심각
젊은 실수요층 외면..'땜질' 대신 '전면 개편' 나서야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신년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도권 지역에서는 70점 후반대 고점 통장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07년 9월 청약가점제를 도입했지만, 올해로 제도 도입 14년차를 맞자 청약가점이 심각한 고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일원에 공급되는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의 최고 당첨가점은 7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84점 만점인 청약가점 제도에서 부양가족 5명 이상 무주택자의 만점(79점)에서 단 2점 모자란 점수다.
또 기타지역까지 청약을 받은 전용 59㎡도 최고 점수가 4인 가구 만점에 해당하는 6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지난 1~2일 진행한 일반분양에서 38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392건이 접수되며 전체 평균 6.28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당점 최고점이 70점을 훌쩍 뛰어 넘은 사례는 이뿐 아니다.
지난달 26일 '의정부 고산 수자인 디에스티지 C4BL' 전용 101㎡는 최고점이 75점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경기 성남 고등지구에서 공급한 '판교밸리자이 2단지' 전용 60㎡A의 최고점은 79점, 1단지 전용 84㎡는 75점으로 집계됐다.
인천 부평구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도 전용 84㎡A 최고 가점은 75점으로 조사됐다.
최근 수도권 청약시장에서 고점 청약통장이 잇달아 등장하는 배경은 청약가점 산정 방식이 주된 원인이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만점 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등 3가지 항목의 점수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이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무주택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점에서 유리하다.
자녀 수가 적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가점 경쟁을 통해 새 아파트에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정부는 청약가점제를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공급되는 값싼 새 아파트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했지만 제도 도입 14년차를 맞자 애초의 취지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최근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통해 추첨제 확대를 주내용으로 하는 청약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공공분양에서 일반공급 물량을 기존 15%에서 50%로 대폭 늘리는 한편, 일반공급의 30%는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또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 소득요건을 배제한다. 청약 가점이 낮은 30·40세대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민간 분양은 적용이 되지 않는 반쪽짜리 대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청약시장에는 고점자들이 대거 양산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인 통장은 청약예금 83만4508개, 청약저축 23만7271개, 청약부금 13만9735개 등 121만1514개에 달한다.
수도권만 쳐도 97만8147개 통장이 15년차 이상이어서, 최소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17점)을 받고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청약통장은 가입자 사망 시 상속이 가능하며, 청약저축의 경우 세대주 변경도 허용하고 있어 암암리에 '가점 대물림'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청약가점제도 전반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교수는 "정작 집을 원하는 세대는 젊은 층인 데, 청약제도가 고령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갈등 우려가 있다"면서 "청약 제도에서 연령대에 따른 쿼터제(할당 제도)를 도입해 '세대간 경쟁'에서 '세대 내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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