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SNS '클럽하우스'에 박영선·장혜영에 이어 금태섭까지?
[경향신문]
최근 ‘인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클럽하우스’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등장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금태섭 전 의원도 9일 클럽하우스 방에 나온다고 예고했다.
IT업계 대표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중고 시장에서 초대장이 거래될 정도로 한국에서 단숨에 인기를 끈 새 SNS에 정치인들까지 관심을 보인 것이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찾는 정치인 입장에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아닌 새로운 SNS라면 앞다퉈 달려가야 할 장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대면으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정치인들이 클럽하우스를 찾게 되는 이유로 보인다.
요새 정치인들이 누구나 ‘페이스북’ 계정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의사소통 채널을 지니듯 앞으로 클럽하우스도 정치인들의 ‘필수템’이 될지 주목된다.
■초대받아야만 갈 수 있는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오디오 기반 SNS다. 영상도 아니고 텍스트도 아니고 오로지 음성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다. 현재 참여자가 초대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대화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이른바 ‘방장’이 ‘스피커(발언자)’로 지정해줘야 말할 기회를 얻는다.
미국의 전기차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 앱에서 게임스탑의 공매도, 가상통화 등에 관한 주제로 발언을 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토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이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IT업계 대표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 앱을 찾는 모습이다.
특히 클럽하우스는 현재 아이폰 앱에서만 참여할 수 있고, 초대장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는 ‘폐쇄성’은 사람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선 지난 주말 사이 인터넷 중고 시장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한다’는 글이 여러개 올라왔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 1만~2만원선에서 초대장을 구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묵혀둔 아이폰을 다시 꺼냈다거나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정치인도 관심 보이는 클럽하우스
정치인은 늘 대중과 소통할 곳을 찾기 마련이다. 기성 언론을 통한 소통은 제한적이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역시 결국 자신들의 지지층만 접근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SNS가 등장하면 빠르게 반응하는 곳 중 하나가 정치권이다. 코로나19 이후 유권자들과 대면할 통로가 확연히 줄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소통 창구에 더욱 문을 두드리는 측면도 있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장관은 지난 3일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만든 ‘정치수다’ 대화방에 나타난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참여하게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서면질문에 “스타트업 친구들이 초대했다”며 “젊은이들의 생각과 미래비전을 논할 수 있는 광장이면서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입했다”고 답했다. 그는 “매우 편리하고 진솔하고 건전한 생각을 얘기하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 클럽하우스애서 정책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고 의견수렴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저녁 ‘의정보고서 리뷰’방에선 갑자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의정보고서’라는 대화방에서는 장 의원의 의정보고서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의원의 활동을 담은 의정보고서는 보통 ‘자랑’과 ‘치적’을 담아 의례적으로 만든다. 장 의원은 관행을 탈피해 의정보고서를 문고판 책처럼 만들었다. 장 의원은 이날 클럽하우스에서 의정보고서를 만들 때 인쇄소까지 따라가 교정을 본 일화를 소개하면서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고 “더 좋은 의정 보고서를 만드는 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측은 기자와 통화에서 “의정보고서가 독특해서 온라인에서 많이 이야기가 됐고 초대를 받아 들어가게 됐다”면서 “정치활동의 대부분이 대중과 소통하는 일인데 요샌 SNS로 대부분 소통하고 있으니 인기있는 SNS에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금태섭 전 의원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밤 9시 클럽하우스에 방을 개설하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건설적이고 예의 바른 대화가 됐으면 한다. 무슨 질문이든 답해드리겠다”는 글을 썼다. 그는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첨(처음) 해보려니 긴장된다”며 ‘맞팔(맞팔로우)’을 요청했다.
앞서 박 전 장관이나 장 의원은 초대를 받아 발언자로 나선 것이지만 금 전 의원이 아예 방을 만들어 스스로 방장이 되는 셈이라 더 적극적 참여자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처럼 정치인 ‘필수템’ 될까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만의 페이스북 계정이 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도 각자 만드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정치인에게 SNS란 자신의 의견을 외부의 제한을 받지 않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성 언론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왜곡될 개연성도 있고, 지면이나 방송시간 제한을 받을 수 있어 한계가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는 그같은 ‘장벽’이 없다. 너도나도 정치인들이 SNS를 활발하게 하는 이유다. 이때문에 새로운 SNS가 등장한다면 그 채널마저 ‘뚫어 놓는다면’ 나쁠 건 없는 선택인 셈이다. 선거를 앞둔 박 전 장관이나 소수정당인 장 의원이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읽힌다.
그러나 클럽하우스가 페이스북처럼 정치인들에게 ‘대유행’할 수단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발언을 가능한한 더 많이 전파하는 게 목적인 정치인에게는 녹음되지 않고 바로 휘발되어 날아가는 오디오 기반 SNS의 효용이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물론 라디오 출연 녹취록이 활자화되어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클럽하우스 앱 내부에서는 녹음본이 남지 않는다.
임지선·박광연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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