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징역 2년6개월.."낙하산 타파할 관행"(종합)
17개 혐의중 9개 유죄.."책임을 보좌 공무원들에 전가"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온다예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구속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9년 4월 기소 이후 2년여 만에 난 1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립생태원장 이모씨와 환경부 공무원·산하기관 직원들에 대한 사표제출 요구는 무죄로 봤다.
또 신 전 비서관의 일괄사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과 공모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청와대와 환경부 몫을 각각 정한 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이들이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면접자료 등을 내정자들에게 제공하라는 지시한 혐의는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 등을 보좌할 뿐 채용 절차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 등이 2018년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추천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한 혐의도 직권남용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대체 자리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의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해당 회사 임원들로 하여금 박씨를 대표로 임명토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박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과 추천위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국장의 문책성 전보인사를 낸 혐의는 환경부 국장에 대한 인사에 대해서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악의 고지나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없이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임원들에 대한 표적 감사를 해 사표제출을 받게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고 강요죄만 성립한다고 봤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원하는 사람을 산하 기관의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사표를 일괄 징수했고, 거부하는 임원은 표적감사를 실시해 사표를 제출받았다"며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임원에 청와대와 환경부 몫을 정하고 내정자를 임원추천위에서 최종후보에 포함되게 지시했다"고 했다.
이어 "내정자가 서류에 탈락하자 서류심사 합격자 7명 모두 불합격 처리하고 임원추천위원이었던 국장을 부당전보 조치까지 했다"며 "이런 행위는 청와대와 환경부에서 정한 내정자를 임명하고 공정절차를 거쳐 선임된 것으로 가장하기 위한 것으로, 임원추천위원회의 공정심사 업무를 방해해 공정성과 업무적정성, 운영의 투명성 제고하려는 공공기관 운영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자를 나눠 정한 적이 없고 자신들이 한 게 아니라 공무원들이 알아서 했다고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했던 공무원들에게 전가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재판 과정에서 전 정권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존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렇더라도 이는 타파돼야 할 불법관행이지, 피고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나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선고가 끝난 뒤 "저희로서는 예상 못 했던 판결"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적용 관련해 아쉬움이 남는다. 항소심에서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원을 떠났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공모직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채용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심 결심공판에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불법수단을 서슴지 않았다"며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8년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3월 구속영장이 청구돼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 최초로 구속기로에 놓였지만 영장이 기각됐고 그해 4월 신 전 비서관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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