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비트코인 베팅, 이런 면은 위험하다

김윤경 선임기자 2021. 2. 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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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달러 비트코인 매입..기업보유자산도 '변동성 노출'
트위터로 시장 교란?..당국 규제 고개들 수도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 규모로 사들였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경 선임기자 = 전형적인 갑부 모습이 아닌 '괴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연일 화제를 모은다. 지난해 중반 이후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엄청난 관심을 보여 왔던 머스크 CEO는 8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소식으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래켰다. 테슬라는 증권거래소(SEC)에 공시한 연례보고서(10-K)를 통해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샀다고 밝혔고 비트코인 가격은 테슬라 주가와 함께 급등했다.

그러나 머스크 CEO의 행보는 아슬아슬하다. 혁신적인 기술과 미래에 대한 비전에 한껏 베팅하며 스스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계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불안함을 불러일으키는 면도 없지 않다. 시장을 교란하거나 조작하는 행위를 했느냐 아니냐를 둘러싼 비판에서도 자유롭진 않다.

우선 경영자로서 비트코인을 사 자산으로 보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유 자산 가치의 변동성을 허용한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비트코인 매입엔 적잖은 돈이 쓰였다. 작년 말 기준으로 테슬라의 현금 보유분은 193억8000만달러. 15억달러면 그 자금의 8%가량 되는 돈이다.

정확하게 언제, 얼마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입했는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3만4672달러였을 때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만 해도 개당 3만8000~3만9000달러 사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개당 4만5000달러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올린 차익만 2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현 시점에서의 비트코인 보유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크고 깊게 빠졌다 올랐다 하는 변동성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어느 사이 보유 자산 가치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테슬라 주가 하락과 맞물릴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17년 2만달러를 넘기며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랐다가 2019년 초 300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고 최근 다시 오른 것이다. 그러나 말 한 마디에도 꺾이는 것이 또 비트코인 가격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후보자였을 때 상원 청문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자 3만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옐런 당시 장관 후보자는 "암호화폐가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발언했었다.

트레저리파트너스의 제리 클라인 매니징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클라인 디렉터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제한적인 자산, 안전한 자산으로 유동성을 보유하려 하는 것과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사뭇 다르다"라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하락해 테슬라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주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변동성이 매우 컸던 비트코인 가격을 지적했다.

이렇게 말 한 마디에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불확실하단 얘기도 된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비트코인에 대해 비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지난해 말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가치의 척도도 아니고 지불 수단도 아니며 가치저장의 수단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매매하도록 하는 것이 자칫 소비자들의 불만을 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비쌌을 때 이를 지불해 자동차를 산 소비자와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내려갔을 때 지불한 소비자는 서로 다른 가치로 자동차를 매매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U.C.어바인의 투자 및 자산운용 센터 디렉터이자 재무학 조교수인 크리스토퍼 슈워츠는 마켓워치에 "이것(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과 매매 수단으로서의 허용)이 여러 수준에서 끔찍한 전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테슬라 공급업체 중에 누구도 비트코인으로 지급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통화) 리스크 같은 것을 발생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AFP=뉴스1

머스크 CEO의 행동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 계정의 소개란을 아예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바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입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조작'이나 '개입'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주가는 테슬라 주가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헤지펀드들에 대항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게임스톱 주식을 사라 부추겼던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역시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통크"(Gamestonk: 게임스톱을 의미하는 단어로 매입 움직임에 동참하란 의미로 해석됐다)란 메시지를 보냈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머스크 CEO를 신봉하며 게임스톱 주식을 매입했고, 머스크 CEO는 요즘 뜨는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 채팅방에도 등장해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제한했던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업체 로빈후드 CEO를 향해 마치 청문회를 진행하는 듯 꾸짖기도 했었다.

아직까지 SEC 등 당국의 제지는 없다. 아직까지 중앙은행도 비트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를 들이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안통화를 넘어 활발히 사용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s9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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