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의 삼성 걱정 "이재용 없는 삼성, 중국 그림자 드리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기업 삼성, 그러나 지금 중국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일부터 ‘삼성의 암투’라는 심층 분석 기사를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메모리반도체 등 세계 최고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토요타의 2배인 52조엔(한화 553조원)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기업이 됐다”며 “소니와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업체 8개 회사(32조엔·340조원)를 합쳐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 등을 심층 보도했다.
◇중국 기술 유출 잇따라
“삼성 부흥의 시조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하고, 장남이자 현재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1월 재수감됐다. 거함 삼성은 어디로 가는가”
가장 먼저 비교한 기업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 미국 특허청의 특허출원 목록을 분석한 결과, SMIC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62명의 한국인 이름이 확인됐다. 이 신문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두뇌가 모이는 화성캠퍼스에서 근무하는 기술자에게 헤드헌팅 회사로부터의 연락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과 중국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화성 또한 미·중 대립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박 3일 한국 아르바이트, 보수 100만엔도
신문은 첨단기술을 빼앗는 중국과 지키는 한국 모습을 보면 한때 한일 구도가 겹쳐진다고도 지적했다. 당시 일본 기술자들이 2박 3일에 보수 100만엔으로 한국 출장 다녀온 것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실제로 월1회 정도로 삼성 연구소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일본 반도체 기술자는 “삼성일본연구소 담당자가 갑자기 집으로 전화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 생산공정의 수율 향상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금요일 밤 한국으로 출국해, 일요일 밤 귀국 일정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기술지도를 했다. 토요일밤은 한국식 접대를 받고 1회 보상은 50만엔이었다. 그중에는 100만엔을 받는 ‘특급 인재'도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 주말 아르바이트'를 막기 위해 기술자 여권을 맡아두는 일본 기업도 생길 정도였다.
◇TSMC, 삼성을 능가하는 성장
9일 보도한 2회에서는 일본이 소재수출 조치가 취해지자, 한국 정부 압력에 의해 이뤄지는 삼성전자의 소재 국산화 노력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특히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집중 비교했다.
이 신문은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인 TSMC는 ‘떡은 떡가게에서’라는 원칙으로 공급업체들과의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을 내세워 삼성을 능가하는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급업체 간부는 “만약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삼성보다 TSMC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TSMC는 가격 협상 등에서 어려운 면도 있지만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고 성장시켜 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첨단 경쟁에서 우위에 선 TSMC에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2017년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삼성과의 경쟁은 전쟁이 될 것”이라며 발 빠르게 공급업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또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 있어 국산화·내재화에 충실하면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다른 공급업체로부터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삼성,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
이 신문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정권의 비위를 건드려 크게 곤혹치른 사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한국정부의 국산화 촉진 압력도 거스를 수 없다”며 “삼성전자는 전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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