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부터 때렸다'는데 "일주일 전에도 아이 울음 들었다"
(용인=연합뉴스) 최종호 김솔 기자 = 이모 집에 맡겨졌다 숨진 열 살 여아가 이모 부부의 모진 학대로 인해 숨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학대가 최소 일주일 전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 부부는 경찰에서 이틀 전부터 학대했다고 진술해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9일 숨진 A(10) 양에게는 지옥이었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이모 B씨 부부(40대)의 아파트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 경찰 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끔찍한 아동학대가 일어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B씨 부부와 같은 라인에 사는 한 주민은 "일주일 전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집(B씨 집)에서 여성이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지르고 이어 여자아이가 엉엉 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당시에는 아이가 그냥 잘못해서 야단맞고 있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B씨 부부는 A 양이 숨진 8일 "가볍게 몇 번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해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된 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머리채를 잡고 아이를 물이 담긴 욕조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는데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며 학대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부터 말을 잘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해 한 이틀 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학대가 장기간 지속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이 주민이 들은 고함과 울음소리가 학대와 관련이 있다면 학대는 최소 일주일 전부터 혹은 그 이상 긴 시간 이뤄진 셈이 된다.
이에 더해 이 주민은 "10살 여자아이는 그 집에서 어른들과 5살 남자, 12살 여자아이와 함께 지낸 것으로 아는데 2주 전쯤 아이 셋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며 "당시 10살 아이는 오히려 웃으며 언니에게 쫑알쫑알 무언가 얘기를 하는 모습이었고 언니는 마주칠 때마다 늘 표정이 어두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 부부에게 12살, 5살, 2살 등 3명의 자녀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12살, 5살 어린이와 2살 어린이는 각자 다른 친척 집에 머물고 있어 현재 B씨 부부와는 함께 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 부부가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2살 어린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친척 집에 맡겨져 학대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은 B씨 부부에 대해 특별한 기억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한 이웃 여성(43)은 B씨에 대해 "여기서 1년 넘게 살면서 딱 한 번 봤는데 당시 우리 애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아무 대꾸도 없이 가버렸던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다른 이웃(51)은 "그 집에 살던 5살 남자아이가 워낙 활발했던 터라 소음이 많이 발생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중년 남성이 친절한 말투로 '자녀를 각별히 주의시키겠다'고 한 기억이 있다"며 "그 부부는 가끔 마주쳤는데 평범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웃들에게 평범한 모습을 보인 이들 부부는 A 양에게는 잔인한 학대를 서슴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B씨 부부는 물을 이용한 학대 외에도 A 양을 플라스틱 파리채와 빗자루로 마구 때려 온몸을 멍과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그리고선 자신들의 학대와 폭행을 견디다 못한 A 양이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해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한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문제의 욕조에는 물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B씨 부부는 거짓 신고한 뒤 욕조에 남은 물을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들의 학대 증거가 물에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날 중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 양에 대한 학대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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