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랍스터 기업'도 삼킨 브렉시트

장은교 기자 2021. 2. 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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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어패류 수출업체 첫 폐업
절차 까다로워지며 배송 지연
신선도 중요한 어업계 '타격'

[경향신문]

60년 된 영국의 어패류 수출업체가 브렉시트(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 것) 여파로 폐업을 결정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초기의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주장했지만, 어업계는 정부가 브렉시트의 부작용을 숨기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요크셔 동부 브리들링턴 지역에서 랍스터와 조개 등을 유럽에 수출해온 ‘바론 셸피시’가 문을 닫게 된 사연을 보도했다.

샘 바론 대표는 “브렉시트 이후 우리가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헛소리와 지켜지지 않은 약속뿐”이라며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줄 여유가 있을 때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유럽을 대상으로 한 대형 어패류 수출업체 중에서 브렉시트 이후 나온 첫 폐업 선언”이라고 전했다.

바론 셸피시는 브렉시트 전만 해도 매주 5만t 이상의 어패류를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 수출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해산물을 수출할 때 어획증명서, 건강확인서, 세관신고서 등을 일일이 준비해야 되면서 사업은 엉망이 됐다. 서류 준비도 어려웠지만, 유럽 세관에서 증명서 하나만이라도 문제를 삼으면 수출절차가 중단되고 배송이 며칠씩 지연됐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해산물 업체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바론 대표는 “배송할 때마다 마치 다섯 발의 총알을 가지고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비회원국에서 살아 있는 해산물을 수입할 경우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고 이 때문에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해산물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영국 어업 종사자들은 “브렉시트를 위해 어업이 희생당했다”며 지난달 총리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수출 지연 문제를 두고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피해를 입은 어업계 보상을 위해 2300만파운드(약 35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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