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 왜?①]"CCTV 2억 내고 보세요"속 타는 부모들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학대
"아이에게 꾸역꾸역 억지로 밥을 먹인 뒤 다리를 밟습니다." 피해 아이는 무서워서 매번 바지에 오줌까지 쌌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JTBC 뉴스룸에서 학대 영상을 최초 공개한 울산 동구의 한 어린이집 학대 사건입니다. 가해 교사는 원장 딸이었습니다. 원장은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CCTV를 안 보여주는 등 피해 부모를 기만했습니다.
◇맞아도 울지 않는 아이 오랜 학대 정황…CCTV는 40일 남짓 뿐
어린이집에서 보관하는 CCTV 의무 보관기간은 60일치입니다. 실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휴무일을 빼고 나면 40일 남짓 됩니다. 4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는 말을 거의 못합니다. 표현도 서툽니다. 이럴 경우 CCTV 영상이 없으면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학대를 받았는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뺨을 많은 아이는 맞아도 울지 않았습니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학대 사례입니다. 옆에 아이가 맞는 모습을 본 아이도 마찬가집니다. 이상하게도 태연하게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울산에선 교사가 3살 아이에게 12분간 7잔을 먹였습니다. CCTV에는 교사가 하원 직전 거의 매일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물을 먹였습니다. 아이는 물을 억지로 마시다 구토와 경련 증상까지 보였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 교사에게 '살인미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전달했습니다. 전문의들은 물을 먹이는 정도가 조금만 더 심했다면 뇌세포가 부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아이에겐 고문과도 같은 일상이었습니다.
◇"CCTV 2억 내고 보세요"속 타는 부모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부모들이 CCTV를 잘 못 본다는 점입니다. 어린이집 학대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해당 어린이집 CCTV는 경찰로 넘어갑니다. 영유아의 경우 표현이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CCTV가 범죄를 입증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학대가 의심되면 부모가 CCTV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찰 단계에선 영유아보육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대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영상 속 모든 사람 모자이크 해오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경남 창원의 한 아동학대 피해 부모는 60일치 CCTV 모자이크 견적을 전문 업체에 의뢰했었는데 당시 2억 원이 나왔습니다. 당시 경찰이 2억 원 들여 모자이크를 한 뒤 보라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12분간 물 7잔 학대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피해 부모가 CCTV를 분석했더니 공소장에도 없는 추가 학대가 쏟아졌습니다. 12분간 무려 물 7잔을 연속해서 먹인 겁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JTBC취재진이 경찰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했던 담당 경찰은 이 장면을 보긴 봤는데 당시에는 학대로 안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취재진이 그럼 교사를 상대로 왜 그랬는지 추궁했느냐 질문하자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울면서 애원했지만…계란으로 바위 치기
3살 아이에게 사실상 물고문을 한 울산 남구 국공립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서도 피해 부모는 CCTV를 제대로 못 봤습니다. 아이의 이상행동에 엄마가 학대를 의심하자 원장은 CCTV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학대 장면이 나오자 원장은 영상을 끄고 CCTV를 잠갔습니다. 엄마가 학대 장면을 기록한 메모지도 찢어버렸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수사단계에서도 CCTV를 못 봤습니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CCTV 나오는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 오라고 했습니다. 가해교사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니면 영상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해오라고 했습니다.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부모는 울면서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습니다. 끝내 영상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해당 CCTV는 사건 발생 1년이 지나서 부모가 겨우 보게 됐습니다. 아이의 계속된 이상 행동에 치료 목적으로 법원에 요청했고 선고 직전에 영상을 받은 겁니다. 영상에 나온 추가 학대는 아이 엄마가 직접 찾아내 것들입니다. 그 사이 엄마는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홀로 고군분투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고 했습니다. 현재는 아이와 함께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 여력이 안 돼 우리도 답답합니다."
경찰도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들어오면 다른 업무가 거의 마비된다고 했습니다. 경찰 1명이 하루에 CCTV 영상 1일치 분량을 겨우 보는데 어린이집에 CCTV가 여러 대 있어 결국 전 직원이 매달린다는 겁니다. 현재 배치된 인원으로선 방대한 양의 CCTV를 꼼꼼하게 분석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경찰과 함께 CCTV 영상을 분석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뒤늦게 경찰은 전국 시.도 경찰청에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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