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앞두고 해직된 선생님들도 발걸음..교정에 울린 '지금 이순간'

박임근 2021. 2. 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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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8시55분께 전북 완주군 구이면 전주예술고 교정.

졸업생인 오청백(공연예술과)군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그는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교정에 나오신 해직된 선생님들에게 의미가 있도록 이 노래를 선곡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주예술고 졸업식이 오전 9시에 각 교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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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졸업 축하한 전주예술고 해직교사들
9일 오전 전주예술고에서 해직교사가 한 졸업생을 축하하며 안아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모든걸/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9일 오전 8시55분께 전북 완주군 구이면 전주예술고 교정. 졸업생인 오청백(공연예술과)군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그는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교정에 나오신 해직된 선생님들에게 의미가 있도록 이 노래를 선곡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해직선생님을 응원하는 메모글.

이날 전주예술고 졸업식이 오전 9시에 각 교실에서 열렸다. 교실로 들어가는 졸업생들을 직장을 잃은 교사들이 축하해줬다. 학생들은 “꼭 복직하시고 재단의 사과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이랑 같이 수업할 때 정말 행복했어요. 꼭 다시 돌아오세요” “선생님들이 왜 부당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희를 바른길로 안내해주시기 위해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못 없이 부당해고를 당하시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눈앞이 막막해지셨을지 상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세요”라며 응원했다.

선생님의 복직을 바라는 내용이 담긴 배지.

해직된 오도영 교사는 송사를 통해 “함께 보냈던 날들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교단에 서지 못하는 오늘, 더욱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여러분은 저의 보물입니다.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기 바랍니다. 훌륭한 사람 돈 많이 버는 사람 안 돼도 좋습니다. 남 배려하는 민주시민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1995년 설립한 전주예술중·고는 수년 전부터 경영이 어려워져 임금을 체불하게 됐다. 교사 28명은 2018년 6월부터 최근까지 6억원이 넘는 임금을 못 받아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지난달 1심에서 법원은 재단이 체불임금과 이자·소송비용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단은 항소했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복직을 희망하며 서명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교사 6명(고교 5명, 중학교 1명)이 지난달 31일자로 해고통지서를 재단으로부터 받았다. 교사들은 “경영상의 이유를 핑계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보복성·본보기성 해고가 짙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지난 1일부터 학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펴고 있다. 해직된 김영천 교사는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해 자구책을 세워야 하지만 재단은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졸업생인 오청백군이 해직교사들을 응원하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르고 있다.

재단은 “구조조정은 사립학교법 및 기타 교육관계법령에 따라 교원을 면직한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4조1항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적법하게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다. 또 임금을 예산범위 안에서 주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체불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글·사진/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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