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달러 벽 깬 비트코인 더 오를까?.."신종 결제수단" vs "변동성 과도"

김정남 2021. 2.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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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이어 애플 가세 전망..'비트코인의 날'
비트코인 가격, 순식간에 5000만원 돌파
유동성 장세 타고 당분간 강세 지속할듯
변동성 너무 커..화폐로서 기능은 '글쎄'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보겸 기자] 비트코인의 날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통한 전기차 결제 가능성을 내비친 데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가상자산 거래소 진출설까지 불거지면서, 비트코인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1개당 무려 52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요즘 유동성 장세로 볼 때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이 눈독 들이는 건 또다른 상승 재료라는 평가다. 비트코인이 도박판 같은 투기 상품이 아니라 활용도가 넓은 자산으로 격상하는 변곡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동성이 너무 큰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결제하는 건 난관이 더 많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1개당 5000만원 돌파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에 불을 지른 건 테슬라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테슬라는 “현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다양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며 15억달러 규모의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옹호론자로 유명하다.

테슬라는 또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결제 방식이 현실화할 경우 테슬라는 가상자산으로 자동차 대금을 결제하도록 한 첫 자동차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 제조 대기업으로서는 테슬라가 사실상 처음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다른 기업들에 미칠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에 앞서 피델리티, 스퀘어, 페이팔 같은 일부 금융·결제 관련 업체들이 디지털 통화 결제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제조업체가 직접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야후 파이낸스는 “머스크는 비트코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일 늦은 오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폭등했다.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40분께 1개당 3만90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불과 40여분 후 4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 이후로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4만7000달러에 육박했다. 사상 최고치다. 9일 오후 6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4만7149달러(약 5257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시총은 8765억달러(약 977조원)까지 불어나며 1조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산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 가격 역시 비슷한 속도로 올랐다.

테슬라에 이어 애플도 비트코인 열풍에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이날 “애플카는 잊으라”며 애플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배런스에 따르면 RBC캐피털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치 스티브스 RBC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애플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애플 월렛(wallet)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애플이 가상자산 거래사업에 뛰어든다면 즉각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가 강세 무게…화폐 역할은 ‘글쎄’

당분간 비트코인은 강세 쪽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메가톤급 재정정책이 예고돼 있는 데다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초완화정책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자산시장 전반이 위험 선호 투자로 들끓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은 우상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번 조치로 테슬라 주식과 비트코인의 상승 모멘텀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더 관심이 모아지는 건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엘 에리언 고문은 “테슬라가 비트코인이 돈, 즉 가치의 저장소이자 결제의 형태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뒤를 잇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화폐로서 비트코인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더 많다. 무엇보다 화폐가 반드시 지녀야 할 가치 안정성을 찾기 힘들다는 게 첫 손에 꼽힌다. 상품 혹은 서비스의 교환수단으로 쓰이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원화 등의 경우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통화당국이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에 반해 비트코인은 투기적인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한 상품이다. 체스터 스팻 카네기멜론대 테퍼경영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은 유로화의 10배에 달하는 변동성을 갖고 있다”며 “교환의 매개체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며 고 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자동차 결제 대금으로 인정해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려 한다면 규제당국이 이를 주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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